교육칼럼

교육평가에 대한 소회

길전 2008. 1. 1. 11:04
교육평가에 대한 소회
더위가 한 풀 꺽인다 싶더니 이내 겨울 같은 찬바람에 몸이 움츠려든다. 늘 그랬듯이 11월 이맘때가 되면 승진을 목전에 둔 선생님들은 숨을 죽이고 학교 관리자들의 동정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또한 교장과 교감은 나름대로 깊은 장고 아닌 고민에 사로잡힌다.

예나 지금이나 교사들이 항상 불만스러워 하는 것이 '근평'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 열심히 해도 욕을 먹고 지탄을 받는 것이 바로 직원에 대한 근무성적 평정이다

금년에 새로 시행되는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은 전 규정에 비해 혁신적인 변화가 보인다.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우선 동료교사에 의한 '다면평가'가 실시되고 근무성적 평점점수는 80점에서 100점으로 늘어나면서 일등과 꼴찌 간의 간극도 24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들었다. 그 대신 명부 작성시 산정기간을 종래 2년에서 10년으로 대폭 늘려 중견교사시절의 모든 근평 결과가 승진에 반영되도록 하였다.

뭐니뭐니 해도 변화의 백미는 지금까지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근평' 비공개가 평정대상자인 본인에게 공개된다는 점이다.

'인간은 어차피 편견을 지닌 간사한 동물' 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기에게 득이 되면 '잘했다' 또는 '최고'라고 하고 그 반대로 불이익이 돌아가면 '죽일 놈 살릴 놈'하는 것이 인지상 아니던가. 비록 혁신적으로 마련된 새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일지라도 시행도 해보지 않고 불쑥 근평 결과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은 자칫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 간에 간극 만 넓혀놓지 않을까 적이 염려가 된다.

근평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3가지 사항은 좀 더 고찰되고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첫째, 근무성적평정 처리가 강제 배분 식으로 서열화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순은 피평점자의 동점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기인한다. 인간의 능력은 '백짓장 한 장의 차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그 간극이 전 규정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상위 점수(100점)부터 최하위 점수(85점)를 강제 배분으로 꼭 서열화했을 때 과연 꼴찌가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수·우·미·양의 평정 점을 모두 동일점수로 부여함이 어떨까 하는 대안을 제시해 본다.

둘째,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들이 도심지의 다인수 학급규모의 교원들보다 '근평점'에 있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교감시절 우연찮게 3학교 모두 학급수가 많은 학교의 복수교감으로 근무하였다. 그 중에는 108학급에 달하는 초특급학교에도 근무한 적이 있었다. 한 명의 교감이 (수)를 받으면 다른 교감은 (미)로 평정 처리되는 관행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기 교감들보다 승진이 늦은 것은 물론 전문직으로의 전직기회마저 놓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하나 새 승진규정에서 '근평' 산정기간이 10년으로 대폭 늘어나자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던 많은 중견교사들이 일거에 도심지 학교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도 큰 문제다.

끝으로 근무성적 평정은 학생들의 수준 높은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교육자 모두에게 필요하다. 본래 '근평'의 근본 목적이 피평정자 자신의 자기계발을 촉진하고 과학적 인사행정체제 수립의 신뢰도와 객관도를 높이는데 있다고 보아진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승진임용 및 전보, 그리고 포상추천 대상자의 선정을 위한 이른바 지연·학연·연공서열 위주의 평정은 이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인간은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에 따라 행동한다' 는 말이 있듯이 교육이념이나 목적, 그리고 취지가 아무리 지고지순(至高至純)할지라도 너무 조급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정도(正道)를 잃으면 오히려 역기능이 작용해 일선교육현장의 분란만 부추길 뿐이라는 사실을 교육정책당국자들은 항상 가슴에 담아두었으면 하는 생각 간절하다.
 
/김청규前 인천부마초교장
종이신문정보 : 20071122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7-11-21 오후 1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