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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국민이 편안하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가?'보다는 상대방의 허물 들춰내기로 점철된 기사를 보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필자 자신이 서글퍼진다. 오늘은 교총에서 발행되는 주보(週報)머리기사를 펼치는 순간 심기가 더욱 불편하다.
교육이 바로 서고 교단이 안정되어야 국가장래가 희망이 보인다.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이미 다가온 지식기반사회의 무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교육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혁신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어인일인지 우리나라 교육당국은 세계 추세와는 거꾸로 가는 정책 또는 시책을 시도때도없이 펼쳐놓아 편안해야 할 교육현장이 바람 잘 날 없게 만드니 그들의 속내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이 말은 '교육'을 논하는 사람이면 하도 많이 들어서 정말 식상할 정도다. 그런데 교육부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 또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범운영이라는 혁신사업 명칭으로 전국 41곳 학교에 무자격자를 학교장으로 임명할 심산인 것 같다. 이 중에는 아예 학교 문턱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무자격 교원신분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학교 설립목적 여하에 따라 기능을 중시하는 특정학교에 대해서는 비교육전문가가 학교 경영을 함으로서 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초·중등학교에 대하여 교장자격증 없이도 15년 이상 교육공무원이나 사립교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이른바 내부형 교장 공모제 시범학교 운영은 경륜과 서열을 중시하는 교직사회에 큰 파문을 일구는 '역풍'이 되지 않을까? 정말 걱정된다.
근자에 이웃 일본에서는 교사 자격증을 5년마다 갱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있는 자격증마저 인정치 않겠다고 하니 솔직히 말해서 신성한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인 교육을 정말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는 직종이 참 다양하다. 그리고 사회가 진보할수록 전문화된 자격증 또는 면허증이 필수 의무화 되고 있는 추세다. 일예로 의사가 자격증이나 면허증 없이 의료행위를 하면 소위 '돌팔이 의사'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교직이란 흡사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아 일반 행정이나 기업처럼 목표관리기법(MBO)만으로 그 효율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이른바 전문직종이다.
티 없이 맑고 청순한 꿈나무들을 위해 한 생애를 보낸 노교육자가 단순히 기존의 교육상식과 관행이 그리워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의 42년여의 학교생활을 반추해보건대, 직분에 따라 학교와 학생을 생각하는 안목과 식견이 사뭇 다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그리고 자세히 본 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교단교사는 '가르치는 일'이 주 업무이고 교감은 교사와 교장과의 교량적 역할로서 '교내장학'이 책무이다.
이에 비하여 교장은 학교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최적화하여 질 높은 교육행위가 전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정하고 총괄하는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다. 이런 중차대한 자리를 경륜도 일천한 교육공무원이나 교사가 더군다나 학교 CEO 로서 역할과 임무에 관한 사전 연찬 또는 연수기회도 없이 단지 '젊고 교육열정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장으로 발탁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정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IMF시절 원로교사 한사람이면 새내기 교사 세 사람을 쓸 수 있다는 단순 경제원리로 교단에서 중견교사 수만 명을 일거에 퇴출시켰다가 학교현장이 혼란스러워지자 결국은 이들을 다시 '기간제 교사'로 불러들여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고 또한 이로 인해 공무원 연금마저 고갈시키는 빌미가 되었음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교육혁신은 특정 계층 또는 정파의 사심을 털어버리고 백년 앞의 미래를 내다보는 진정성을 갖고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청규 전 인천 부마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