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통한 '행복'찾기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는 것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하늘의 섭리다. 우리나라도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눈앞에 열리고 있다. ‘귀가 순 해진다’는 이순(耳順)의 나이는 이제 노인 측에 끼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간 수명(壽命)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노령기가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조건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긴 노년기를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건강과 경제적인 안정은 물론 나름대로의 일거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직시절 아니 퇴임하는 순간까지도 ‘완벽주의자’라는 닉네임이 붙은 필자는 직장 일에 묻혀 지내느라고 장수시대니 초 고령사회니 하는 말과 더불어 노후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훈련한 만큼 행복해진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조건이 허락되면 동네 길가에 사무실 하나 얻어 교육컨설팅이라는 간판 걸어놓고 교육상담이나 하면 노후를 여유롭게 보내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삼산동에 모 재벌그룹이 짓는 새 아파트로 이주하는 바람에 허상이 되고 말았다.
은퇴 후에 재산을 증식하려는 사람, 또 집을 늘려 가는 사람, 그리고 예전에 잘 나가던 시절의 지위나 명예에 연연하는 사람을 일컬어 3불(不)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공무원 연금공단의 퇴직자 준비과정 연수회에서 듣고 고소를 금치 못하였는데 필자가 ‘3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40여성상을 몸담아 온 교정을 떠나 자연인이 되고 보니 새 깃털처럼 몸은 가벼웠지만 뭔가 하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구독하고 있는 신문지사가 홍보차원에서 시행하는 고려 수지침 기초과정 3개월을 수강하고 자격검정시험에 응시하여 ‘서금 요법사’자격을 땄다.
이어서 계양구청에서 지원하는 숲 생태 전문해설가 과정(인천계양시니어클럼)과 제6회 계양산 역사생태학교 과정(계양의제21실천협의회)을 이수하였다. 그래도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어 북부도서관내에 설치되어 있는 인천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를 찾아갔다. 우선 담당자가 권하는 ‘금빛평생교육봉사단원’ 가입 신청을 하였다. 때마침 미국 LA에 거주하는 대학교 동기 초청으로 한 달여에 걸쳐 미국 서부와 동부지역을 모두 탐방하는 바람에 수요처 요구에 응하는 봉사활동은 하지 못하였지만, 금년 상반기에 동부교육청 관내 모 학교에서의 학부모강좌에 강사참여는 내 인생행로에 좋은 흔적으로 두고두고 기억 될 것 같다.
또 지난 해 학습동아리 전문화 재교육 프로그램인 ‘e-세상 내손으로 ok'와 ’실버 레크레이션 따라잡기‘에 참여하여 부족한 실생활 인터넷 활용능력을 키우고 게임을 통한 웃음치료와 더불어 요가 및 포크댄스 익히기는 내 생전 처음 체험하는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2008년 후반기인 요즘, 내 인생의 행복한 동행을 위해서 컴퓨터 중급과정인 ‘인터넷 활용으로 실버에서 골드로!’그리고 성인병 예방과 체력단련을 위해 ‘건강 단련 태극권’ 두 강좌를 수강 중에 있다. 아들 또는 며느리 같은 강사들이지만, 예의 바르고 또한 가르치는 열정이 대학 강단의 교수님들 못지않다. 배우는데 위․ 아래가 따로 있을 수 있는가!
인천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의 운영 프로그램 중 백미(白眉)는 뭐니 뭐니 하여도 ‘참살이 문화 탐방’이다. 지난 해 하반기 금빛봉사단과 활동 수요처 담당자가 함께 체험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워크숍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특히 금빛봉사단과 수요처 담당자가 활동영역에 대한 소개 및 의견을 교환함으로서 정보를 공유하고 예술 프로그램에 공동 참여함으로서 문화탐방의 즐거움을 배가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금년에 실시한 경기 양주내의 ‘서오능’과 ‘벽오초 식물원’ 그리고 남양주 관내의 정약용 생가와 국립영화촬영소 탐방은 우리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우리역사 마주보기 최적의 학습지였다. 참살이 워크숍은 야외 현장체험 기회가 부족한 실버들에게 우리 역사 바로 알기라는 효과 이외에도 봉사자간 소통과 단합의 장으로서 우의를 돈독히 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계속 추진되어야 할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오로지 후대들의 행복한 홀로서기를 위해서 나름대로 헌신한 필자로서는 ‘천하의 영재를 만나 가르치는 일’만이 인생 3락(三樂)중 하나로 알고 있었는데, 이순(耳順)을 넘긴 황혼기에 배우는 즐거움 또한 이에 못지않다. 노령기를 축복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고행으로 만드느냐? 는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렸고 또 실천의지에 따라 삶의 가치가 180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한 인천평생교육 담당자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바람직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노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극대화하라고 말하면서 특히 청년기의 특징을 보존하는 ‘젊음의 유전자’라고 하는 네오-티니(Neo-teny)를 잃지 말 것과 사고의 탄력성, 호기심, 기쁨, 유머, 일, 놀이, 학습 등이 우리를 젊게 하는 유전자라고 주장하는 미국 교육학 박사『론다 비먼(Ronda Beaman)』의 이야기를 100세 시대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오늘의 노년층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