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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리’와 같은 교육혜안이 아쉽다김청규 인교연혁신포럼대표
40여년을 교직에 몸담았다가 은퇴한 필자는 젊어지기 위한 자구책으로 틈만 나면 평생교육프로그램이나 아카데미 특강에 참여한다. 며칠 전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명박 정부 교육개혁 6개월을 평가하는 정책포럼이 있다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 초 ‘광우병 촛불집회’로 의기소침하여 ‘자율과 경쟁’으로 집약되는 교육개혁 의지를 퇴보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듣자하니 이달 초, 전국 초·중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는 날, 일부 교직단체의 교사들이 평가를 거부하려고 당일 현장체험 활동을 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아울러 아이들의 행복권 찾아주기 차원에서 ‘한 줄 세우기’의 경쟁 교육행위를 추진하는 교육과학기술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말을 듣고 옛 성현들의 말씀이 그르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겉으로는 옳은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그른 사람을 일컬어 향원(鄕原) 또는 사이비(似而非)인 자(者)’라고 한다. 《孟子》 진심편(盡心篇) 하(下)에 실린 맹자와 그의 제자 만장(萬章)과의 문답에서, 만장은 계속 소위 향원의 뜻에 대해 질문한다. 특히 그 후반에서는 ‘세속에 아첨하는 자는 덕을 해친다(子曰 鄕原 德之賊也)’는 공자(孔子)의 말씀 《論語:陽貨篇》에 집중된다.
만장이 맹자에게 여쭈어 보았다. “한 고을 사람들이 다 그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한다면, 어디를 가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닐 수 없을 터인데, 공자께서 그런 사람을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맹자가 대답하기를 “그를 비난하려고 해도 들어서 비난할 것이 없고, 그를 공격하려 해도 공격할 구실이 없다. 더러운 세상에 합류하여 집에 있으면 마치 성실하고 신의가 있는 것 같고, 나아가 행하면 마치 청렴하고 결백한 것 같아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스스로도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과는 함께 요(堯)·순(舜)의 올바른 도(道)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德)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고 했다. 즉, 맹자는 만장에게 향원이란 말은 사이비의 거짓된 군자라는 뜻이라고 가르쳐주고 있다. 작금의 세태가 어쩌면 옛 성현들이 살았던 그 시대와 조금도 다름이 없을까.
통계청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사교육비는 세계에서 1위인데 반하여 국가 경쟁력 31위, 대학교육 경쟁력 53위로 교육경쟁력은 최하위 수준이다. 더욱이 평준화교육 시책을 일관되게 펼친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학원은 3만2천829개로 늘고, 등록된 학원 강사 수가 초·중·고 교사보다 많은 57만에 이르며, 2007년 한 해 사교육비가 35조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졸고 학원에서는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강사를 더 존경한다는 설문결과에 필자는 공교육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교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자괴심이 든다. 세계 모든 국가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의 질 향상에 애쓰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혁 조치를 미친 교육으로 매도하는 세태를 접하면서 정말 안타깝다.
지금 세계인들은 미국 수도 워싱턴의 교육감인 한국계 미셸 리(Michelle Rhee)의 교육혁신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그녀는 어른들의 이익을 어린이 이익보다 우선하는 교육제도에 화를 낸다. 또한 교사들의 일거리 보호를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보다 중시하는 교육제도에 분노한다. 학생 변화 원인의 80% 이상이 교사의 노력이라고 주장하는 그녀, 그리고 그것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한 그녀는 정말 멋진 교육자.”라고 뉴스위크지는 머릿기사로 썼다.
학교의 존재가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찾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교육수장과 학교장들도 허울 좋은 평등이념만 앞세우고 책무를 다하지 않는, 이른바 맹자가 만장에게 말한 향원의 눈치를 살필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취향과 안목을 살펴야 한다. 또한 교사들도 정녕 교육자적 양심에서 학생을 진실로 사랑하고 미래의 행복한 홀로서기를 희구한다면 오로지 교육의 질 향상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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