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학업성취도평가는 '신뢰'가 우선

길전 2009. 3. 17. 09:47

 

 

학업성취도 평가는 ‘신뢰’가 우선

                                   

                                                 김청규/인교연혁신포럼 대표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엔 아직도 못다 한 겨울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2월의 끝자락이다. 요즘 교육화두는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 향상으로 모아진 양상이다. 전국 초․중․고생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 이 후, 그 동안   ‘교육평준화’ 라는 기존 관행에 안주하던 교육청과 일선학교들은 ‘이제 잘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생각을 갖게 되어 대다수 학부모들은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 16개 시․도 교육청은 학력고저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으며 학력 저하 원인 및 향후 파장 분석 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청에 따라서는 학생의 학업성취결과를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처방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국가 교육과정이 정한 최소목표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다음 학년의 교과학습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소위 기초학력 미달 자가 6.6%(응시자 450만 여명을 대상으로 추정하면 약30 여 만 명 추정)에 달한다는 사실이 가히 충격적이다.


 학업성취도 변인은 크게 학습자 요인과 교수요인으로 나누며 이 중 학습요인보다 교수요인이 더 크다는 사실은 이미 블룸(Bloom)의 완전 학습이론에서 이미 규명된 사실이다. 금 번 초․중․고생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는 어찌 보면 때를 놓쳐 공교육 부실의 단초를 마련하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옥에도 티가 있다’고 했던가!


 교과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발표 이 후, 몇 몇 지역 교육청에서 평가결과를 조작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정말 당혹스럽다. 학력 우수지역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전북 임실에 이어 대구․충남지역에서도 기초 학력 미달자 보고 누락이 나오자 학업성취도 전면 재조사에 이어 감사도 하겠다는 교과부 당국자의 이야기에 평소 ‘평가’라는 어휘만 비치면 유난스럽게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던 모 단체는 차제에 학업성취도 평가 자체를 아예 시행하지 말자는 성명까지 내고 있으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 행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세상에 최고선(最高善)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지론이다.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반대급부로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인생사가 아니던가! 단독 직입적으로 말해서 어떤 어려움과 고충이 있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누가 뭐라고 해도 타당도(妥當度)와 신뢰도(信賴度)가 생명이다. 먼저 타당도(Validity)란 ‘한 검사가 측정하려고 한 내용 혹은 평가목표를 얼마나 샅샅이 측정하고 있느냐?’의 뜻이다.


 예를 들면 국어 어휘능력을 측정고저 하는데 수리적인 문제를 제시하였다면 이것은 정말 타당도가 없는 평가이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적어도 학계의 저명한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평가단에서 이원목적분류표를 작성하여 평가문항을 출제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큰 문제로 제기되지 않는다.


 요는 평가의 신뢰도(Reliability)가 문제이다. 신뢰도란 측정의 정확성 혹은 안정성을 의미한다. 측정대상 자체에 변화가 없는 한 몇 회를 측정해도 같은 측정치를 얻는다면 그 측정치는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작금에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전면 재조사에 이어 감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도 실은 각 시․도에서 보고된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 어느 지역에서 성적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지 전국의 지역 교육청은 긴장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결점이나 부족함을 내 보이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육자도 인간인 이상 예외일 수는 없다.


 ‘손은 안으로 굽는 다’는 말처럼 담임이 직접 평가하고 채점을 하는 한  평가의 신뢰성은 늘 제3자로부터 의심을 받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학업성취도 평가 때마다 감독 및 채점을 이웃학교 또는 다른 교사들과 교체해서 한다는 자체도 교육정서상 선생님 학생 모두에게 수용하기 힘든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대안이 있다. 전국적인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년 말 상급학교 진학 시 실시하는 이른바 ‘배치고사’로 대치하는 방법이다.


 즉 초등학교 학업성취도는 중학교 1학년 배치고사로, 중학교 학업성취도는 고1 배치고사로, 고3의 학력수준은 대입학력고사로 대치한다면 평가의 신뢰성 확보뿐만 아니라 교육예산도 절감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보충지도를 진학한 당해학교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 있으나 어쩌겠는가.


 교육자는 무릇 미래의 이 나라 아니 세계의 주역으로 살아갈 우리 후대들을 잘 가르쳐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가적으로는 선진화된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로부터 수임된  책무이자 본분이다. ‘내가 수학․SW에 빠진 건 고교시절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말한 빌 게이츠의 말을 우리 선생님들은 늘 가슴에 새기고 교단에  서야 할 것이다.

                                                   앙일보오피니언기고/2009.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