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평가'에 대한 진실

길전 2009. 4. 6. 01:05

동서남북

 

 

 

 

 

 

 

‘평가’는 교사의 본분(本分)이다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력 진단평가가 치러진 날에 시험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이 숲 체험학습을 하는 사진과 더불어 한 중학교 교실에서 학생의 빈 책상위에 시험지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사진을 중부일보 지면(4월 1일자)에서 보았다. ‘평가’ 이야기만 나오면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던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 단체는 이번 시행된 전국적인 진단평가를 학생과 학교를 줄 세우기 위한 일제고사로 규정하고 조직적인 거부운동에 나섰으나 실제로 평가를 외면한 학생 수는 미미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 내 삼라만상 중에서 과연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있을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 의(衣)·식(食)·주(住) 부문만 놓고 생각해 보자. 쌀이며 옷 그리고 집도 품질에 따라 명품 또는 상·중·하로 나누어진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평가를 받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하는 혹자도 있다. 또 어떤 집단이나 조직이든 간에 목표구현을 위해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계획(Plan)하고 실천(Do)했으며 필연적으로 평가(See)를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며 평가는 곧 확인이다. 확인(평가)하지 않으면 매사가 용두사미로 허사가 되어버린다.
평가는 크게 ‘과정평가’와 ‘총괄평가’로 구분할 수 있다. 학년 초 또는 학습단원 도입단계에서 학생들의 출발점 행동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알아보는 ‘진단평가’와 더불어 차시별 또는 단원 종료단계에서 학습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 또는 파지(把持)되었는지 확인하는 ‘형성평가’가 과정평가 범주에 들어간다. 이 두 가지 평가는 피교육자들의 학습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업전략으로서 학습의 한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교수자(敎授者)인 담임 또는 교과 담임은 평가 결과를 확인하여 결손요인에 대해서는 그 즉시 ‘처치(處置)’를 해 주어야 하며 출발점 수준에 맞는 최적의 학습지도안을 구안하여 학습자가 알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기본 의무이다.
총괄평가의 성격을 지닌 ‘학업성취도’ 평가는 두 가지 분명한 목적이 있다. 하나는 피교육자의 학업성취수준을 최종적으로 파악하여 가정에 통보하거나 상급학교 진학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교사가 학습자에게 ‘가르칠 내용을 제대로 가르쳤는지’ 자기평가를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총괄평가는 전자보다 오히려 후자의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말 할 수 있다. 학업성취 변인은 학습요인보다 교수요인이 더 크다는 사실은 블룸(Bloom)의 완전 학습이론에서 이미 규명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력평가를 학습자 ‘한 줄 세우기’ 위한 술책이라고 오도(誤導)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평가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 요인이 교사 자신에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 시설 불비로 인한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취약한 지역사회 영향 탓인지 원인분석을 하여 그 대안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모습이다.
총괄평가는 타당도(妥當度)와 신뢰도(信賴度)가 생명이다. 따라서 평가문항은 학교 자체보다는 시·도 단위 또는 전국적인 전문기관에서 출제하고 주관하는 것이 평가의 신뢰도나 객관성을 높여주는 것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결점이나 부족함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교사도 인간인 이상 예외일 수는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담임이 직접 평가하고 채점을 하는 한 평가의 신뢰성은 늘 제3자로부터 의심을 받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총괄평가 때마다 감독 및 채점을 담임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자체도 교육정서상 좋지 못하다. 따라서 전국적인 학업성취도 평가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년말에 실시하는 ‘배치고사’로 대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세상에 최고선(最高善)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만사가 동전의 양면 같아서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부정적인 면도 있게 마련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품성도야보다는 창의력 함양을 위한 지식 정보교육에 주력하는 마당에 배움의 전당인 학교에서 수업의 과정인 ‘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수학·SW에 빠진 건 고교시절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말한 빌 게이츠의 말을 교사들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어떤 고충이 있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정녕 후대들의 질 높은 삶을 희구한다면 평가로 인한 파행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청규/인교연혁신포럼 대표
게재일 : 200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