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전
2009. 7. 13. 21:15
세계 선진국들은 이미 다가온 지식기반사회의 무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교육혁신에 올인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미래 주역들의 '행복한 홀로서기'보다는 특정 계층 눈치 보느라고 전전긍긍하는 작금의 교육상황이 너무 못마땅하여 며칠 전 지방신문에 기고하였는데, 오늘(7월 8일자) 지면에 실렸기에 지인들에게 소개합니다. -크리스탈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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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처럼 40여 성상을 티 없이 맑고 청순한 꿈나무들과 어울려 생활했던 필자는 신문을 펼치면 우선 교육관련 기사에 시선이 집중된다. 며칠 전, 신문지면에 ‘21세기 학교 시스템 구축’이라는 영국 교육개혁 백서내용이 눈에 띄었다. 새 교육백서의 주요 내용은 5년마다 교육능력을 평가하여 교사자격 갱신, 부모와 학교 간 교육과정 계약 체결, 학부모 학생이 학교평가 참여, 우수학교의 부실학교 인수, 학력미달 학생을 위한 1:1 맞춤교육 등으로 요약된다. 이 내용 중 백미는 5년마다 교사자격을 갱신해야 하며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범수업을 통해서 최신의 교수-학습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세계 선진국들은 이미 다가온 지식기반사회의 무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교육소비자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혁신에 올인(All-In)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어인일인지 교육혁신 또는 개혁이라고 내놓는 시책이나 방안들이 오히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큰 파문이 일고, 때로는 교육계가 극도로 양분되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단순히 기존의 교육상식과 관행 그리고 향수에 젖어서 하는 백수(白수)의 넋두리가 아니다. 사람은 어차피 편견을 지닌 주관적 존재이며, 또한 이 지구상에 최고선(最高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는 필자는 인간을 도야하는 지고지순(至高至純)의 교육행위를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안이한 사고(思考)가 정치권 및 사회지도급 인사들에게 확산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백년대계라는 국가의 장래가 정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실타래처럼 엉킨 작금의 교육현안을 속 시원하게 풀어 우리 후대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미국 워싱턴 DC의 교육감 ‘미셸 리’ 같은 교육자가 언제 나타날지 마음만 초조하다. 작금 교같兀?9월 학교장 정기인사를 앞두고 교장공모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고 또한 비판여론도 거세다. 특히 최근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약속하고 당선 취임한 경기도 교육수장의 교과부와 또한 교육위원과의 알력은 미래 이 나라를 짊어질 작금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떤 눈으로 투영될지 정말 걱정스럽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이 말은 ‘교육’을 논하는 사람이면 하도 자주 들어서 진부(陳腐)하기조차 하다. 이웃나라 일본은 물론 영국마저 교원 자격증을 5년마다 갱신토록 하는 조치를 취하는 마당에 우리는 있는 자격증마저 무시하고 학교 책임자로 보임하겠다니 신성한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인 ‘교육’을 우습게 보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물론 학교 설립 목적에 따라서는 자질과 소양 그리고 기능이 탁월한 비교육전문가가 학교를 책임지고 경영함으로써 오히려 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문계 초·중등학교에도 자격증 없는 인사를 학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우각(牛角)을 자르려다 소를 죽이는 우(愚)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행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직종이 다양화 되고, 따라서 전문화된 자격증 또는 면허증이 필수로 의무화 되고 있다. 하물며 국가 백년대계의 무거운 책무를 수행하는 중차대한 자리를 사전 연찬 또는 연수기회도 없이 단지 ‘젊고 교육열정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교장으로 보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무리 생각해도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교직이란 흡사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일반 행정이나 기업처럼 목표관리기법(MBO)만으로 그 효율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전문직종이다. 필자의 42년여 교직생활을 반추해 보건데, 직분 그리고 교육경륜에 따라 학교와 학생을 생각하는 안목과 식견이 사뭇 다름에 스스로 놀라곤 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잘 본다’는 말이 있다. 교단교사는 ‘가르치는 일’이 교감은 교사와 교장과의 교량적 위치에서 ‘교내장학’이 책무이다. 이에 비해 교장은 학교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최적화하여 질 높은 교육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정하고 총괄하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다. 교육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인물들을 정녕 학교장으로 발탁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이들에게 학교장 역할수행을 할 수 있는 식견과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연수라도 시킨 연후에 보임하는 것이 정도(正道)이고 순서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육인사는 어느 특정 계층 또는 정파의 사심을 털어버리고 백년 앞의 국가 미래를 내다보는 진정성을 갖고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청규/인교연혁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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