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신데렐라 '미셸 리'의 기사를 접하면서

길전 2010. 1. 21. 11:39

            신데렐라 ‘미셸 리’의 기사를 보면서

                                                         김 청규/인교연혁신포럼 대표

 며칠 전, “한국도 진정한 선진국 클럽, DAC(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회원국 만장일치로 가입"이라는 기사내용을 접했다. 해방 전 해에 태어나 온갖 고초와 설음 겪으며 무상원조로 들어오는 미국 잉여농축산물인 옥수수와 분유로 점심을 때우며 유․소년 시절을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언 60여년이 흘러 종심(從心)의 나이를 바라보는 이제 우리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원조 공여(供與)국으로 변신하였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면서 새삼 세월의 무상함과 더불어 한국 국민으로서 뿌듯한 자긍심을 느낀다.

 필자는 요즘 거주하고 있는 가까운 도서관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에 개강하는 ‘한국사 바로 이해하기’ 강좌를 듣는다. 우리 역사를 전체적으로 고찰컨대 지정학적으로 반도에 위치한 탓인지 외부의 침탈을 받지 않은 시기가 거의 전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지금 비록 남․북으로 갈리긴 했지만 유사(有史)이래 요즘처럼 우리 국민들이 먹는 것 주리지 않고 등 따습게 지낸 적이 있었든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전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귀국 후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에 깊은 인상과 감명을 받았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해방 후, 아시아 최빈국에서 이제 원조 공여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80,90대의 우리 부모들이 비록 살림살이는 어렵고 궁핍하여도 이를 악물고 허리띠 조이며 자식 공부 하나만은 확실하게 가르친 덕분이 아닌가!

 근자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떠오르는 스타를 들라면 아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더불어 피겨 스케이트의 여왕 김연아 선수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다가오는 2010년에 가장 주목할 만한 세계지도자 3인을 선정했는데 그 첫 번째로 미국 워싱턴 DC 교육감인 미셸 리를 꼽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셸 리(40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계 여성으로서 2007년 학업성적에서 미국 내 바닥을 기는 워싱턴 DC 교육감으로 부임한 뒤, 우수교사에게는 파격적인 상여금을 주는 대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능한 교사는 물론 학력 낙후학교를 퇴출시키는 등 저돌적인 교육개혁 조치를 취하여 워싱턴 지역 학생들의 학력을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시켜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교육행정가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1월 24일 워싱턴 교원노조가 미셸 리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지난해 부적합 교사를 해고(266명)한 것과 관련한 소송에서 워싱턴 DC 지방법원은 “노조의 주장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하여 미셸 리 교육감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한다. 그리고 워싱턴 포스트(WP)지는 이 번 판결이 리 교육감에게 법적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 사설을 내보냈다는 기사도 보았다.

 ‘교원노조와의 충돌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현지 특파원 인터뷰에    그녀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주변 다른 사람들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또 ‘교육감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뭔가?’ 라는 질문에 “교육감의 임무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것이지 학부모나 교사를 위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자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깨달았고 거기에 맞춰 직무를 수행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교육 시스템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교사노조나 시 의회의 반발을 개의치 않을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인터뷰에 응했다는 사실에 저절로 머리가 숙어지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며 교육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지금까지의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의 교육상식과 관행 그리고 미래의 주역이 될 학습자보다 학부모나 교사와 같은 어른들의 눈치를 살피는 인기영합적(Formulism) 패러다임을 탈피하지 못하는 한 우리의 선진화 진입은 요원하다는 이야기가 식자(識者)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벌써 시중에는 내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천타천에 의한 교육감 및 교육위원 하마평이 무성하다. 미국 워싱턴 DC 교육감인 미셸 리 같은 인물이 헤성처럼 나타나 학력낙후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하루빨리 어루만져 주기를 갈망한다.  

                                                                 중부일보/2009.12. 3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