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낙도(落島)의 '교육기적'

길전 2010. 1. 21. 11:42

            낙도(落島)의 ‘교육 기적’

                                         김청규/인교연혁신포럼 대표


 세밑의 동(冬)장군 위세가 대단하다. 종종걸음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그런데 낙도 미니학교의 ‘입시 기적’이 엄동설한의 매서운 추위를 녹이고 있다.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교동도는 강화 본도 창후리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호젓한 섬이다. 북한의 황해도 연안군이 손에 잡힐듯 보이는 이 곳은 조선시대에 사화(士禍)가 터질때 마다 왕족과 사대부들의 유배지였던 곳이다. 이 곳 섬개구리들이 뭍사람들이 놀랄 큰 일을 냈다.

 전교생이라야 겨우 60명 가량인 소규모 학교로 학원과외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3학년 학생(25명)들이 올해 수시 모집만으로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는 대학에 모두 합격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이 중에는 할머니와 두 동생을 부양하고 있는 소녀가장으로 고려대 국어국문과를 비롯하여 수시모집 4개대학에 동시 합격하여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을 북돋아 주는 신데렐라 장효선양도 있다. 지난 해 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4년제 대학진학은 3~4명에 불과했던 낙도의 이 미니 학교가 섬이 생긴이래 최대 경사를 맞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한 밤중에도 학교에 불이 꺼지지 않게끔 교내 면학분위기를 바꾼 새내기 교장선생님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3학년 담임선생님의 진솔한 교육의지와 열정 그리고 학교를 신뢰하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학부모들이 있었다. 여기에 주마가편(走馬加鞭)격으로 이 섬을 지키면서 해맑은 섬아이들을 친동생같이 생각하고 영어․수학 특강을 마다하지 않은 2명의 현지 해병대원도 있다. 어찌보면 교동고의 ‘입시 기적’은 학교 주민 그리고 자원봉사를 아끼지 않은 군인 등 세 교육주체의 땀방울에서 이뤄진 쾌거이다.

 MB정부의 교육방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시장 경쟁원리에 의한 공교육 바로 세우기와 수월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교과부는 학교경쟁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기조아래 학교 서열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일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국 초․중․고교에 대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각 시․도 교육청 나름대로 발표토록 조치 하였으며 지난 4월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5년간의 대입 수능자료를 발표 한 바 있다. 또 10월 국정감사때에는 교과위 소속 여당 국회의원들에 의해 학교별 수능자료가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되었다. 학력이 낮은 시․도 교육수장과 학교장들은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인물에는 반드시 그에 못지 않은 부모와 더불어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이 있다. 또 학습자의 학업성취 변인은 학습자 요인보다 교수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연구결과다.

 학교의 모든 권한과 책무를 지닌 교장이 어떤 교육관으로 학교를 이끄는가? 또 학급담임교사가 얼마만큼 학생들을 사랑하며 헌신적으로 열정을 쏟는가? 에 따라 교육효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외로운 낙도 강화 교동고교에서 큰 사랑으로 섬 개구리들에게 큰 꿈을 안겨준 두 분의 모범적인 교육활동사례가 예전 육․칠십년대의 명품 교육도시 ‘인천’으로 다시 회귀하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끝)

                                          

                                                 중부일보 기고/2009. 12. 23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