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스크랩] 경칩날, 기쁜소식을 접하며...

길전 2012. 3. 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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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을 접하며…
[기고] 김청규 / 전 인천부마초등학교장


너 나 할 것 없이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애지중지하던 속내복이 요 며칠 사이로 거치적거린다. 그렇다고 환절기에 무조건 벗을 수도 없고 그야말로 남감하다.

겨우내 땅속에서 동면(冬眠)하던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 나오고 추위에 떨던 나목들 가지에서는 파아란 새싹이 돋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 날 아침에 봄을 재촉하는 비가 뿌린다. 그동안 긴 겨울 가뭄으로 주말농장 마늘 밭을 덮은 비닐 위에 뽀얗게 쌓인 흙먼지가 씻겨 나갈 것을 생각하니 정말 고마운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는 구전이 있어 경칩 날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을 건져먹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글을 보았다.

서울 종로3가 음식점에서 대학교 동기 친목모임의 총무직책을 맡게 되어 신(新)-구(舊) 임원진 간 업무 인수를 받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식전에 일찍 화성 동탄에 사는 딸집에 간 아내의 반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보 지연이 무사하게 출산했어요."
"그래요,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합디까?"
"지연이는 1시간 정도 지나야 마취에서 깨어난다고 하네요. 신생아는 머리털이 까맣고 체중이 3kg 정상이래요."
"알았어요, 일 끝나는 대로 내려가리다."
 
이따금 주변에서 학교에 다니는 손주 이야기들을 들을 적마다 흡사 죄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곤 하였다. 비록 늦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되는 소원 하나는 성취했다는 생각에 몸이 하늘에 붕 뜬 기분이다. 실상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4년이 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하는 딸 내외가 무척 안쓰러웠다. 아마 본인들의 마음고생은 더 했으리라. 그것도 뜻있는 절기 경칩 날, 새로운 생명을 우리 딸 내외에게 주신 조물주에게 새삼 경외감을 느낀다.

최근 한국의 급작스런 초고령사회 진입(2020년중반)으로 국가의 장래에 대한 식자(識者)들의 염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8.15 해방 전후에 태어나 각고(覺苦)의 시절을 살아 온 작금의 실버들은  '자녀 하나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어 온 세대들이다. 그래도 5~6남매 낳아 땅은 물론 경작하던 소마저 팔아가며 자식 공부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공부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기 낳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팽배하고 있다. 물론 세태가 변하여 결혼 적령기도 늦어지고, 또한 서민들의 삶이 예전 같지 않아 여러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게 쉽지 않음은 있다. 모든 세상사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적적인 측면이 있으면 부정적인 면도 있게 마련이다.
 
'몸소 자녀를 낳고 키워봐야  부모의 심정을 안다' 는 말이 있다. 이따금 인륜에 반한 부모자식 간 끔직한 참극에 대한 기사와 더불어 최근 이슈로 뜨고 있는 급우 '왕따'로 인한 연이은 자살 소식은 학교의 표면적인 교육과정보다는 가정의 잠재적인 교육 부재가 더 큰 요인이라고 필자는 진단한다.


아비가 바라본 딸 지연이의 '아기 갖기' 소망은 정말 눈물겹다. 어렵사리 조물주가 점지해주신 우리 외손주 반듯하고 슬기롭게 잘 자라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갈망한다.

그동안 애 많이 썼다. 우리 딸 '지연이' 파이팅!

 

출처 : 부평시니어기자단
글쓴이 : 기자 김청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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