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스크랩] 또 현충일을 맞으면서…

길전 2012. 6. 5. 22:24

또 현충일을 맞으면서…
[기고] 김청규 / 전 인천부마초등학교장


임진년 뜨는 첫 해를 바라본 게 바로 어제 같은데, 올해도 절반이 지나 6월 현충일을 또 맞는다. 요즘 아이들은 6.25라든지 현충일을 거의 모르고 있다. 심지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날로 잘못 알고 있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40여 년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했던 당사자로서 안타까움과 더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서울과 대전에 있는 국립현충원에는 일제 때 잃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순국하신 애국지사와 6.25 전쟁 때 공산당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전장터에서 산화한 장병들이 고이 잠들어 있다. 현충일은 바로 이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정한(1956.4.19 대통령령1145호) 국가기념일이다. 따라서 매년 6월 6일이 돌아오면 대통령 이하 정부요인, 그리고 많은 국민이 국립묘지를 참배한다.

또 이날 오전 10시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 국민은 1분간 경건히 묵념을 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서 장수(長壽)하고자 하는 욕구는 너나 할 것 없이 갖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누르고 소중한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져 버릴 수 있는 용기는 오직 나라와 겨레를 위하는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많은 외침을 받았고, 민족의 아픔이자 부끄러운 동족상잔(同族相殘)의 6.25 전쟁도 겪었다. 하지만 이런 많은 전쟁 속에서도 나라를 온전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귀중한 목숨을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15세기 성군 세종대왕에 이어 18세기 영-정조의 문화부흥기를 거쳐 21세기 지금 세계경제 10위권, 그리고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문화가 뜨면서 대한민국이 잘 나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하나뿐인 목숨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초개와 같이 버린 선열들과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자꾸 엷어져가는 국가관과 애국심을 느끼면서 우리나라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교육에서, 특히 인성교육 측면에서는 학교 내 표면적 교육활동보다 가정 또는 사회의 잠재적인 교육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이 더욱 요구되는 직종에 근무하는 위치에 있는 사회지도급 인사 중에 우리 어린이들이 듣거나 보아서는 안 될 경박한 글로 대한민국을 부정하거나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하하는 문자를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빈도가 늘어 정말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과거 충(忠)과 효(孝)를 중시한 조선왕국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시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미국은 모래알처럼 흩어질 이질적인 다문화 사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정치-경제-교육-국방 등 모든 면에서 19세기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 국민의 투철한 애국심과 준법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도대체 세계 모든 종족이 모여 사는 이질집단에서 어떻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전쟁이든 아니면 미국 국익을 위한 전쟁이든 간에 전장에 참전한 군인에 대해서는 미국 국민들은 하나같이 최선의 예우와 대접을 한다. 전쟁 중 적군에 포로가 된 군인이 있으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구출해낸다. 또 전사한 군인에 대해서는 지구 끝까지 뒤져서라도 시신을 찾아 자국 땅에 안장한다.
 
물론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해 우리나라도 노력한다. 하지만 미국과는 큰 온도 차가 있다. 6.25 전쟁 발발 시 학생신분으로 전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2구의 영령이 귀환했을 때, 두 국영방송국이 보여준 몰염치는 정말 한심하다. 이래서야 어느 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려 하겠는가!  

현충일 하루만이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정녕 참된 나라 사랑하는 길인지?' 깊이 생각하며 몸소 실천하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


 

출처 : 경인두리회
글쓴이 : 김청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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