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무당 사람 잡는 농사체험
선무당 사람 잡는 농사체험
*열대야 현상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던 2018.7.30(월)새벽 글을 써서 공원원연금지에 기고 하였더니 9월호 “우리가족 글마당”에 실렸기에 소개합니다. ***크리스탈***
날마다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래도 고희가 넘은 탓인지 새벽 서너 시면 예외 없이 눈이 떠집니다. 밖은 여전히 칠흑처럼 어둠 컴컴합니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문밖에 놓인 신문을 들고 와서 읽습니다. 날이 밝으면 간편복 차림으로 휴대전화와 물통을 챙겨 자전거를 타고 계양구이 있는 서운동 텃밭으로 달립니다.
그것에 가면 여름내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상추와 고추, 오이, 애호박 같은 여름 채소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감자 캔 자리에는 서리태(검정콩) 모종을, 마늘 수확한 자리는 들깨 묘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제법 많이 자랐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서리태 농사가 시원치 않아 올해는 심지 말까 고민하다가 땅을 그냥 놔두기 뭣해서 서리태와 들깨를 심었던 것입니다.
호미자루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않은 내가 은퇴 후, 소일거리로 친구 땅에서 농사일을 시작한지 어언 6~7년이 됐습니다.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 는 속담처럼 처음 해보는 농사가 좀 힘이 부치지만 재미있습니다.
욕심이 생겨 무리하는 바람에 병원신세를 진후부터 무리하지 않고 우리 부부가 먹을 양만 재배합니다. 하지만 잡초가 자꾸 눈에 거슬립니다. 타고 난 성격 때문인지 작물 근처에 자란 잡초를 그냥 두지 못합니다. 어제는 서리태 주변의 잡초를 뽑았습니다. 오늘은 들깨 심은 이랑의 잡초를 뽑아야겠습니다. 이웃 주민은 내 텃밭을 두고 ‘학교 교재원’ 같다고 합니다. 칭찬인지, 흉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뒤늦게 ‘선무당 사람 잡는 농사체험’ 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흙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는 것. 땀 흘려 정성을 드린 만큼 반드시 되돌려 준다는 사실 말입니다. 현직시절 교수에게 듣고 또 책에서 보았던 ‘참된 교사는 정원사와 같아야 한다’ 는 구절을 칠 십 고개를 넘은 나이가 돼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두 시간 남짓 깨밭의 잡초를 뽑다보니 어느 새 태양이 중천에 떴습니다. 오늘도 36~37℃를 넘는 폭염이 계속될 거라는 기상예보가 심기를 건드립니다.
문득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는 생각이 나 서둘러 손을 털고 일어났습니다. 상추와 아사기 고추 한 주먹, 오이 2개를 따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워를 마치고 근사한 술상을 차렸습니다. 황금비율로 조제한 소맥(소주+맥주)과 고추장에 푹 찍은 아사기 고추가 전부이지만 내게는 진수성찬입니다. 고추를 한 입 베어 먹으니 맛이 답니다. 어쩌면 이 맛에 땡볕 아래서 밭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맥 한잔에 “카~‘고추 한입 물고 또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