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家의 心想事成을 떠올리며...
佛家의 心想事成을 떠올리며...
부평의 진산으로 알려져 있는 계양산(395m)은 명칭도 참 다양하다. 부평읍지 고찰에 의하면 고려조 초에 경명산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읍지를 수주 선곶에서 현재의 계산동 온수골(현 부평향교 인근)로 옮긴 후(17대 인종)부터는 안남산 그리고 23대 고종에 이르러서는 계양산으로 불리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부평이라는 지명이 붙은 고려 충선왕 2년(1310년)부터 부평산 이라 부르지 않고 계속해서 계양산이라 칭하니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월 첫 주 토요일이면 예외 없이 계양산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 하여 ‘경인교대산행동아리’ 다. 오전 10시 계산역 6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계양산 둘레 길을 걷는다. 그리고는 부평향교 근처 춘천새말막국집에서 순두부를 안주 삼아 선·후배 간에 정감어린 대화를 나눈다.
11월 산행모임에는 가정사로 산행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점심 장소인 춘천새말 막국집으로 직행하였다. 동문기수 한참 아래인 회장이 인사를 하면서 한마디 거둔다.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은 선배님 말씀을 자주 합니다.”
“아니, 누가 내 이야기를 한다 말 이오. 혹여 욕은 안합디까?”
“ 욕은 커녕 선배님, 칭찬만 하던데요! 올 9월 이웃 경명초에서 전입 온 G교감예요.”
G 교감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아, 알고, 말고 '부마'에서 함께 고생했지, 그런데 벌써 옮길 때가 되었나!”
2003년 3월 ‘썩어도 준치’라고 회자되는 부평 중심지 학교에서 산곡동 한화아파트 단지 내 학교로 옮겼다. 개교된 지 3년이 채 안되어 교사건물과 주변 환경이 깨끗하여 기분이 무척 좋았다. 하지만 ‘양손에 떡을 쥘 수는 없다’ 는 속설처럼 빈 교실이 너무 많았다. 병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설립하고도 남는 교실이 10개나 되었다. 보건교육실, 미술교육실, 발명공작실, 외에 기존 도서실을 확장하여 다용도용 정보자료실로 확장하였다. 특별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북부교육청 특색사업을 떠안게 되었다. 따라서 지원예산을 집행하는 행정실과 업무담당 교사들은 힘들어 했다. 학교경영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나 역시 교육청에서 교육장을 비롯한 장학사들이 자주 들나드는 통에 꾀나 신경이 쓰였다.
‘끌리는 사람은 뭔가 1%가 다르다’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G보건교사가 바로 이 범주에 속하는 ‘페스탈로찌’ 같은 성실한 선생이다. 보건실 외에 추가로 배당된 보건교육실을 정말 멋지게 꾸몄다. 뿐만 아니라 모든 학년의 아이들에게 보건위생과 성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보건교사들이 대체로 기피하는 보건실습생마저 받아서 지도한다. 이 바쁜 와중에도 자기 성장을 위한 학구열도 대단하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석사학위과정을 수강하고 있었다. 苦盡甘來라 했던가. 그 해 말에 인천관내에서 유일하게 보건교육 최우수학교로 선정되어 교육부총리 표창을 수상하였다.
그 후, 인천관내는 보건교사들이 부마학교 보건실과 보건 교육실을 견학하러 오는 현상이 생겼다. 때로는 가까운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나 충북교사들도 다녀간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보건교사들은 승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G보건교사는 달랐다. 기회가 되면 보건행정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교단교사가 전문직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직교사 근무 경력 1년이 필수이다.
나는 G보건교사에게 정보부장 보직을 맡겼다. 세상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 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보건교사를 편애한다느니, 보직을 맡길만한 교사가 얼마나 없으면, 보건교사에게 보직교사를 줬느냐’ 는 등 등의 루머들이 한동안 대단했다. 하지만 이에 겁 먹을 내가 아니다. 나 역시 이런 역경을 극복했기 때문에 교직의 꽃이라고 하는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퇴임 후에, G 보건교사는 한 학교 근무를 더 하고 결국 인천광역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장학사로 전직하였다. 그리고 5 년여 근무를 하고 일선학교 교감으로 승진한 것이 2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경인동문산행동아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안되어 G교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자주 전화 못 드려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그 건 그렇고, 교장 자격강습 받았는지?”
“아직 못 받았어요”
“왜? 전문직 경력도 있고, 박사 학위도 있으면서...”
“글쎄요, 아직 교감 경력이 짧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잔여 임기가 얼마나 남았지?”
“2년 반 정도 남았어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서둘러야 되겠어"
"교장 자격 강습이 어려우면, 다시 전문직쪽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건 그렇고, 저희 교장선생님 하고 식사 한 번 같이 하시죠, 제가 자리 만들게요”
“고맙긴 하지만, 식사는? 아무튼 선생님 목소리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나 내”
“저도 선생님 생각 늘 해요. 식사자리 마련 되는대로 다시 연락 드릴게요,
환절기에 건강하시고요”
佛家에서 ‘원하는 것이 절실하면 이루어진다’ 는 心想事成이라는 글 구절이 있다. 아이들 곁을 떠난 지, 어언 십년하고도 삼년이나 된다. G 교감과 오붓한 식사시간 갖느라 초딩 동기 송년 모임에 참석하지 못해 못내 미안하고 아쉽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다가오는 庚子년 새 해에는 G교감께서 기필코 소원성취하여 기쁜 소식 있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맺는다. G교감 파이팅!!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