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길전 2020. 12. 13. 20:11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일전에 스마트폰에 학교동기가 보낸 '삶은 하늘이 주신 것이고 행복은 자신이 찾는 것'이란 문자가 떴다. 누구의 말씀인지는 모르지만, 금방 수긍이 가는 금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식구의 취향은 독서다. 전에 거주하던 부평 집 근처에 있는 구립도서관에 비치된 장서 중, 성인용 웬만한 책들은 안식구의 눈길이 적어도 한 번씩은 거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탄 이주 후, 안식구가 제일 먼저 한 것도 동탄복합문화센터를 방문하여 도서 대출증을 신청하였다. 고미숙 작가의 '글쓰기 특강'을 접하게 된 까닭이 안식구이기 때문에 팔불같은 이야기를 또 서두에 꺼내놨다.

 

고미숙 작가는 강원도 오지 정선군 함백 광산촌에서 출생하였다. 어렵사리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교수 진입에 실패하자 지식인 공동체에서 ‘삶의 기예’을 도야하면서 고전 평론가로 전환하였다고 작가 소개에 적혀있다.

열하일기(3), 동의보감(4). 달인(4), 근대성(3), 등 14종 세트를 저술하였다. 그리고 윤선도 평전,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청년 백수를 위한 길위의 인문학, 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고전과 인생 & 봄 여름 가을 겨울,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등 실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였다.

 

작가는 「글쓰그 특강」/'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라는 글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본문 1부 4부 104쪽~152쪽)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써야 한다.!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최고의 활동, 최고의길-글쓰기

 


운동, 음악, 미술 등은 대충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인문학은 삶의 지도를 그리는 행위이므로 적당히 대충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누군가 당신에게 '대충 사세요' 라고 한다면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로(왜 그런가?)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죽는다. 죽음에 대한 탐구없이 이 생사의 바다를 건너 갈 길은 없다. 죽음을 탐구하려면 삶이 달라져야 한다" 라고 설파하면서 대충,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힐난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아, 그 때 알았다. 글쓰기는 나처럼 제도권에서 추방당한 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수행해야 할 근원적 실천이라는 것을, 인식을 바꾸고 사유를 전환하는 활동을 매일, 매 순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역시 써야 한다. 쓰기를 향해 방향을 돌리면 그 때 비로소 구경꾼이 아닌 생산자가 된다. 들으면 전하고 말하면 듣고 읽으면 쓴다! 이 것은 한 사람에게 온전히 구비되어야 할 활동들이다. 신체는 그 모든 것을 원한다! 어느 하나에만 머무르면 기혈이 막혀 버린다. 막히면 아프다. 몸도 마음도 통즉 불통(‘통’하면 아프지 않다/아프면 ‘통’ 하지 않는다)이다" 글쓰기가 '양생술이 되는 이치'라고 힘주어 말한다.

 

나는 현직시절 '완벽주의자' 또는 '원칙론자' 라는 별칭이 붙어다녔다. 요즘도 '대충대충 넘어가지, 뭘 까탈스럽게 구는냐!' 는 비아냥 같은 이야기를 주변에서 가끔 듣는다. 그래서 틈만 생기면 책상에 앉아서 자판기를 두드리며 잡글을 쓰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작가가 말한대로 글쓰기는 삶의 흔적(자취)이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던가!

 

건강 운이 있어 팔순까지 산다면 교단문집 '팔불출 선생' 고희 문집 '석양에 곱게 물들다' 에 이어 3번 째 산수(傘壽)문집을 내볼까? 한다. ***크리스탈/명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