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길전 2020. 12. 13. 20:53

교직생활 40여년 동안 내게 붙어다니는 닉네임도 참 많다. '페스탈로찌' '완벽주의자' '원칙주의자' '크리스탈' 등 등. 체구는 비록 작지만 학교의 주인인 아이들을 위해 분명한 소신으로 일관되게 교육활동을 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러한 행동이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은 탓에 가족들과 형제들이 힘들어 하는 기색이 보인다.

"그렇다 이제는 모든 것 접고, 한창 성장하고 있는 손자(하경.선우)나 잘 보살피자" 고 결심했다.

 

올 4월, 칠십 평생 몸담았던 인천에서 신도시로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제2동탄으로 이주하였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지역내 문화 시설 및 역사 유적지도 탐방하면서 심심치 않게 보냈다. 그런데 웬걸 요즘은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고 스포츠나 예능계통으로 새로운 소일거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도 않거니와 내 취향에도 맞지 않는다. 결국은 집 가까이 있는 동탄복합문화센터 도서관에나 자주 드나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나는 고전문학 고미숙 작가에 '뽕' 갔다. 강원도 오지 탄광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생활해 온 旅程이 어쩌면 나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가 직접 저술한 《고미숙 글쓰기 특강》《로드클래식, 길위에서 길 찾기》를 읽고 난 후 부터 나는 그녀의 완전 열팬이 되어버렸다. 《로드클래식, 길위에서 길 찾기》에서 그녀는 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사계절이 끊임없이 돌아오는 한, 인간은 늘 길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하늘의 별을 보라"

- "우리 시대의 별은 「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여행기」등 과 같은 인생과 우주의 지혜를 담은 '고전' 이다"

 

뒤늦게 고전 문학 《열하일기》를 읽은 것이 무슨 대수(자랑)이겠느냐마는 몸은 비록 늙더라도 가슴속에는 "젊은 날의 꿈과 열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열하일기》 줄거리를 간추려 본다.

 

 

**1780년, 열하로 가는 사행단**

 

1780년 5월 25일 정사 박명원, 부사 정원시, 서장관 조정진이 청나라 황제건륭제의 칠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행단 281명을 이끌고 서울에서 길을 떠났다. 6월24일에 입록강을 건너 8월1일 북경에 도착했다. 사행단은 보통 북경까지 가는데, 건륭제가 열하의 피서산장에 머무는 바람에 사행단은 처음으로 열하까지 가게 되었다. 이들은 8월 9일 열하에 가서 만수절에 참석하고서 20일에 북경으로 돌아와 한동안 머물다가 10월 27일 서울에 도착한다.

 

박지원은 사행단의 공식 인원은 아니였으나 정사 박명원의 8촌 동생으로 따라 갈 수 있었다. 박지원은 압록강을 건널 때부터 심양과 산해을 거쳐 북경에 도착한 뒤, 북경에서 열하, 열하에서 다시 북경으로 올 때까지 일들을 날짜와 여정대로 일기를 썼다. 스스로를 3류인사라고 일컫는 박지원은 중국인들과 나눈 이야기들과 직접 보고 들은 청나라 산천과 문화를 독특한 문체와 활달한 필치로 《열하일기》에 담아냈다. 청소년들은 물론 우리네 실버들도 연암을 한번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