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기기묘묘한 소설 서유기〔1〕

길전 2020. 12. 13. 21:09

 

손·오·공·이· 서·천·으·로· 간· 까·닭··?

 

고미숙 고전작가의 '로드 클래식, 길위에서 길 찾기'를 접한 후, 작가가 고전도서의 백미라고 제시한 7권 중서유기》를 오늘 네번 째로 읽기를 마쳤다. 고전 서유기》의 저자 오승은(吳承恩)은 명(明)대의 인물로 50세가 넘도록 과거시험에 매번 낙방하던 운이 따르지 않는 인물이었다. 50세를 넘어서야 겨우 직책 하나를 얻었으나 그마저도 모함에 의해 얼마되지 않아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는 인물이다. 관직에서는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으나 글 재주가 뛰어났던 그는 7년 동안의 관리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글쓰기에 매진하였다. 술을 즐기는 틈틈이 소설을 창작하였고 서유기》도 이 때 집필하였다고 한다.

 

 

서유기》는 상상력 가득한 우화의 면모를 갖춘 소설이라 성인보다는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읽으면 오히려 재미를 느낄 책이다. 등장인물도 실존 인물을 변모시킨 삼장과 제자 오공· 팔계· 오정과 수시로 바꿔서 나타나는 여러 요괴들이다. 원숭이· 돼지 그리고 상상의 동물 사오정은 초능력을 지닌 자들이면서도 인간의 특성을 고스란히 상징하고 있다. 삼장은 지혜를 갖춘 법사이나 익숙지 않은 상황 앞에서는 겁을 먹기 일쑤이고 줏대가 얕아 자신보다 못한 제자의 간언에 휘둘리는 등 어리석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삼장의 제자 중 가장 출중한 재능을 가진 손오공은 자신감이 넘치고 판단력이 뛰어나지만 自慢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는 오만함과 경박함으로 말썽을 뿌리다가 여래가 만든 오행산에 5백년 동안 갇히는 형벌을 받아야 했다. 팔계는 단순하고 본능에 충실하여 식탐과 여색 앞에서는 自重하는 마음이 맥을 추지 못하고 덤벙거리기도 잘해 실수가 잦다. 거기에 더해 욕심과 이기심도 많아 손오공을 모함하여 곤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이들과 대비하여 오정은 지상으로 떨어질 때는 죄를 짓고 하계로 떨어졌으나 삼장 일행을 만나 여정에 들어선 이후로는 사리사욕을 찾는 이해관계에 결부되거나 특별한 인간계의 욕심을 보이는 일이 없다. 중요한 점은 천박함과 나약함, 어리석음과 욕심이 많았던 수행자들이 자신들의 사명을 피하지 않고 부딪혀 내 결국 부처의 길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고미숙 작가가 권유한 고전 도서 7권 중 아직 접하지 않은 3권(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루바 · 걸리버 여행기)은 모두 서양 고전이다. 이 책 또한 읽고 느낀 소회를 동기 및 지인들에게 소개할 작정이다. 생무지 경기 동탄에서 철철 넘치는 시간을 '책 읽고 글 쓰기' 로 보내는 것도 노년의 삶에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