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동짓날, 궁평항에 다녀오다.
어제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 冬至이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짦은 날이다. 동짓날에는 동지 팥죽 또는 동지두죽이라는 음식을 시식하는 관습이 있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넣어 끊인다. 冬至가 음력으로 初.中 ,下旬 어디에 해당되는냐? 에 따라 애동지, 中동지, 老동지로 구분하는데 금년 庚子년 동지는 初旬에 들어있는 애동지이므로 팥죽을 먹으며 '아이들이 죽는다' 는 속설이 있어 대신 팥을 넣은 시루떡을 먹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고 인천교육삼락회 고적답사 동아리회장이 문자로 알려준다.
식전에는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정오 경 풀린다. 구입한 지 20년이 넘는 EF소나타 차를 몰고 권역별로 화성시 서부에 해당되는 궁평항을 향해 내달렸다. 무려 1시간 이상 걸려 아름다운 낙조와 해송 군락지가 어우려진 궁평항에 도착하였다. 자동차 트렁크에서 15ℓ 물통 2개를 꺼내 들고 부두 뚝방 콘크리트 길을 걸었다. '가는 날이 마치 장날' 이라는 말처럼 바닷물은 보이지 않고 갯펄만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만조가 되려면 너.댓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여러 척의 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곳에서 물을 뜨려고 돌아오니 품바 차림의 엿장사 사장이 의아한 시선으로 '바닷물을 무엇에 쓰려고 하는냐?' 고 묻는다. 터진 손바닥을 보여주면서 바닷물 담으러 왔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정년 퇴임 후, 나는 학교동기 농장에서 농사체험을 자그마치 4년이나 하였다. 철철 넘치는 시간을 보내기에 농사체험은 내 취향에 딱이다. 농장이 자전거 타고 20분 거리라 운동도 되었고 특히 제철에 맞는 싱싱한 채소를 먹는 기분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런데 "하나 얻는 것이 있으면, 하나 잃는 것도 있다' 는 속설이 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취향에 맞는 일을 하면 거기에 푹 빠지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떄문에 결국은 몸에 2가지 이상이 왔다. 하나는 '허리협착증세' 과이고 나머지 하나는 흙 세군으로 부터 옭은 '손바닥 백선'이 바로 그것이다.
척추협착증은 몇번의 통증 수술에 버금가는 서울 모병원 유명 병원장의 시술로 지금은 정상적으로 활동은 하지만 늘 조심스럽다. 손바닥 백선은 괜찮다가도 건조기만 되면 손바닥이 갈라지면서 피가 난다. 그동안 약국에 여러 종류의 약을 사다가 바라보지만 잘 치료가 되지 않는다. 누가 바닷물에 담가보면 치료가 된다기에 바다 바람도 쐴겸 궁평항을 찾았다.
아무리 세상이 야박하다고 해도 善한 심성을 지닌 사람들이 곳곳에 많다. 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의 바닷물은 지저분하다면서 앞에 있는 궁평항 수산물위판장을 가리키며 바닷물을 정수한 깨끗한 물이 있다'고 품바 엿장수 사장이 귀띰한다. 그 곳에 가서 15리터 물 2통을 채웠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이왕 궁평항에 온 김에 수산물센터에 들려 생선회(광어)와 귤, 생조개 그리고 절갈류 2종류을 구입하였다. '코로나19' 탓으로 손님이 적은 때문인지 상인들이 무척이나 상냥하고 친절하다. 덤도 많이 주는 것 같다. 오늘 석식은 모처럼 회정식 만찬이 되었다. 하지만 안식구는 본래 생선회를 지즐기지 않는다.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먹어야 흥도 나고 맛도 있는데, 혼자 먹으니 그렇다. 아무튼 애동지 날 하루 동정을 명상일기철에 남긴다.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