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학교동기와의 통화를... /2021. 5. 2(일)
오늘은 ‘계절의 여왕’ 이라고 하는 5월의 첫 일요일이다. 컴퓨터 책상 앞에 놓인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준 카렌다를 들여다보니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7일)을 비롯하여 부처님오신 날(19일)등 우리 보통 사람들과 관련이 많은 기념일이 연이어 표시되어 있다.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5월을 ‘가정의 달’로 지정하여 캠페인을 전개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아무튼 특별한 소일거리도 없는데 시간은 잘도 가니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일이다. 보통 대여섯 건의 카-톡이 떠있다. 그 중에 현직시절 인천시교육청 미술교육관에서 자주 뵙던 후배로부터 온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이 눈에 띈다.
사랑도 그리움도 점차 희미해져가는 우리네 나이에 삶의 억눌린 굴레에서 벗어나 모든 근심 걱정 풀어놓고 여유로운 기쁨으로 친구와 정도 나누며 어디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되었네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고 만남도 부담 없는 사람, 남은여생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벗이 있다면 그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 하네요. 우리 세월의 흐름 따라 몸도 마음도 멀어져 가는 옛 그리운 사람과 노후의 정을 함께 나누며 오늘도 즐겁고 신나는 하루 보내세요. - 이하 생략-
이틀 전(4월30일) 오후 서너 시쯤이었다. 조금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화성시민 행복텃밭에 잠시 들렸다가 딸네 문지방에 부딪혀 왼쪽 발가락 하나가 금이 가는 바람에 일주일 째 기브스를 하고 있는 안식구를 데리러 가려는 참이었다. 뜬금없이 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린다. 안식구가 보낸 전화인줄 알았는데,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자주 보던 핸드폰 번호가 아니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김ㅇ규 선생님 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만...”
“나~, 계 아무개입니다.”
“계ㅇ식 선생님!! 야 ~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전화를 다하고!!”
“건강하지요, 그런데 요즘 왜, 두리회 카페에 글 안올려요, 궁금해서..."
"‘상영이’ 한 테 몇 번 전화해서 어렵사리 전화번호 알아가지고 통화하는 겁니다”
“아무튼 고마워요, 별 볼일 없는 잡 글 읽어준다니!!”
“잡 글이라니, 무슨 소리에요!! 이 나이에 청ㅇ씨 말고 누가 글 쓰는 친구 있나? 참 대단해요”
“뛰어줘서 고마워요, 그러나 저러나 요즘 어떻게 지내요?”
“나야 그럭저럭 지내지 뭐”
기회가 되면 한 번 만나기로 약속하고 통화를 끝냈다.
올 2월 1일, 영월 · 제천지역 역사유적지 탐방을 기록한 글을 끝으로 나는 경인두리회 카페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우리 동기들 이제,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컴퓨터 열어보는 친구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에 몇해 전만 해도 '폴더'을 지녔던 많은 동기들이 스마트폰르으로 바꾸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정년퇴임 후에 만들었던 블로그(http://blog.daum.net/kck4403)을 다시 복원하였다.
학교 졸업 후, 다수 동기들이 경기도 관내 지방학교로 발령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서울 중심지 학교에 발령을 받은 그가 일기삼아 쓰고 있는 나의 글을 읽고 있다니 너무 기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면구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글이란 본래 자기보다는 타인을 위해 쓰는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내 블로그의 글들을 스마트폰 카-톡을 통해 학교동기와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유일한 요즘 소일거리이다.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