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노천명 시인의 ‘6월의 언덕’을 읽으며.../2021.6.21.(월)

길전 2021. 6. 21. 11:12

오늘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24절기 중 10번 째 하지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의 길이는 총 14시간 45분이고 일출은 511분 일몰은 오후 756분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로서 , 소서, 대서를 지나면 가을 로 접어들기 때문에 4계절 중 유독 더운 여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벌써부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내가 구독하고 있는 신문에 매 주 월요일 마다 시를 소개하고 있는 시인이자 이미 출판대표인 최영미는 노천명의 ‘6월의 언덕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해설을 하고 있다.

 6월의 언덕

                                                                                                 -노천명(1912~1957)-

 

아카씨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속에서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이유를

알아듣겠다.(...)

 

아카시아 꽃 못 본 지 한참 되었다. 세검정 골짜기에 울창한 아카시아 잔가지를 손으로 특특 건드려 꺾으며, 누구께 잎이 많이 달렸나? 친구와 내기를 하며 산길을 내려왔다. 아카시아 우거진 학창시절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노천명의 사슴의 노래를 샀다.

 

1958년 초판본을 그대로 인쇄한 표지가 멋스럽다. 여성 시인이 드물고 귀하던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자신의 손으로 글을 써서 먹고 살았던 여성. 독신으로 46세의 숨지기 전날에도 병원비를 벌려고 신문에 시를 발표했던 노천명. 한자투성이에 한글 세로쓰기가 낯설어 영어 시집보다 더 일기 어려웠던 그의 유고 시집후기는 저의 아주머니께서로 시작한다. ”아주머니의 그 짧았던 일생의 후반은 더욱 불행한 것이었습니다.“

 

이야기 할 사람이 없어 장미는 말을 배우지 않았다. 조용한 비명이 페이지 마다 쌓인 시집을 덥고 내 입에서 나온 말: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까.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