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동탄 이야기

공생의 가치를 깨닫게 한 텃밭 가꾸기/2021. 8. 2(월)

길전 2021. 8. 1. 14:38

올 봄 농번기에는 예년에 비해 비가 자주 내려 텃밭 가꾸기가 한결 수월했다. 세월 참 빠르다. 화성시민행복 텃밭에는 쌈채소는  한 물 가고,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호박 등의 열매채소가 제철인 혹서기이다.  텃밭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며 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확산되는 델타 코로나19에다가 계속되는 폭염으로 일사병이 염려되어 코앞에 있는 텃밭 출입도 조심스럽다.

 

해가 필봉산 너머로 기우러진 오후 서너시 경,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동탄 리베라CC 인근 텃밭으로 달렸다. 학교 운동장보다도 더 넓은 텃밭에는 사람들의 그림자 조차 눈에 뜨이지 않는다.  네모반듯한 4평 크기 텃밭에는 흔해 보이던 쌈 채소들은 보이지 않고 대신 고추, 가지, 호박, 등의  열매 채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가을 김장 파종을 위해 벌써 손질한 텃밭도 더러 눈에 띈다.

 

화성시민행복텃밭 끝자락에 위치한 내 텃밭에 도착하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토마토는 예외 없이 상처가 놔 있다언젠가 tv를 통해서 본 어느 과수원의 허수아비와 깃발 그리고  종과 비닐봉지를 씌운 과일들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인근 리베라 골프클럽 산자락에 서식하는 날짐승의 직박꾸리나 물까치 짓이 분명하다.  손바닥만 텃밭에 겨우 5그루의 토마토를 심었는데, 이마저도 먹을 수 없다니 은근히 부아가 솟는다.

 

세상사 역지사지라 했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안됐다' 는 생각이 든다. 텃새들이 오죽 먹을 것이 없으면 사람들이 땀흘려 가꾼 텃밭까지 와서 작물을 탐할까? 어찌 보면 텃밭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은 짐승과 조류들의 보금자리가 아니던가근자 시베리아 동토가 녹아내리며, 미국· 호주·브라질을 비롯한 원시림에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북유럽과 캐나다에서는 50℃에 이르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이런 기상 이변은 인류가 자초한 자연재해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탄소 중립,기후협약을 통한 지구환경 지키기에 나설것을 촉구하고 있다. 며칠 전 신문을 통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의 서평을 읽은 적이 있다.  「인간종의 생존 비결은 힘과 지능이 아닌 자제력과 친화력이며, 앞으로 자연현상과 의사소통 기술을 더욱 발달시켜 공격성을 억누르며 협력할 때만이 더 큰 혁신을 공유할 수 있다」 는 내용이다.

 

 익은 토마토, 내가 못 먹더라도 텃밭 근처에 서식하는 짐승이나 조류가 먹음으로서 건강한 지구를 지킬 수만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팔순을 눈앞에 둔 나이에 공생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 상처 난 토마토와 더불어 인류가 살아남는 비결을 가르쳐 준 진화 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가 너무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