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접하면서/2021.12.13.(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나라 학계를 대표하는 교수들의 대변지인 교수신문이 한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한다. 신축년 올 한해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한다’는 의미의 《묘서동처》라는 사자성어를 1위로 선정하였다.
《묘서동처》라는 낱말은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하는 용어로서 '한 관리가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를 임금에게 바치자 복이 들것이라며 매우 기뻐했다'는 유래에서 전한다고 한다. 자고로 쥐는 인류에게 곡식를 축내고 못된 전염병을 옮기는 설치류이다. 이에 반해 고양이는 쥐를 먹이로 하는 천적관계이다. 따라서 둘은 도저히 동거할 수 없는 존재다.
그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은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 통속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년 한 해는 한국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사건을 비롯해서 근자에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 건설공사와 관련된 의혹이 터져 밚은 국민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영남대 모 교수는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권(利權)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된 의심을 아니할 수 없다면서 추천 이유를 밝혔다.
100일도 안 남은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대통령 후보들을 보면서 '과연 누구에게 표을 줘야 할지?' 고민하는 민심이 반영되어 《묘서동처》를 올 해의 1위 사자성어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로 선택된 사자성어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 는 뜻을 지닌 인곤마핍(人困馬乏)이라고 한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기나긴 피난길에 날마다 피신하다 보니 사람과 말 모두가 기지맥진 했다' 는 유래에서 생긴 사자성어라 한다.
지난 해 초, 발생한 코로나 펜데믹 현상이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변종 바이로스 출현으로 오히려 확산되어 국민들을 초긴장시키고 있다. 작금 중·소상공인과 저소득층들은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쩌면 1위로 뽑힌 《묘서동처》보다 차상위에 오른 《인곤마핍》이 2021년의 대표 사자성어가 되는 것이 더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고로 3위는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라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이어 ’칼을 강물에 떨어트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 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 4위 사자성어로 뽑혔다고 한다.
이 4개의 사자성어가 국민들에게 희망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을 조장시키는 표현이라 몹시 안타깝다. 다가오는 새해 2022, 임인년(壬寅年)에는 모든 국민들에게 따뜻하고 훈훈한 느낌을 주는 사자성어가 선정되기를 갈구하면서 글을 마친다.(끝)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