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철부지’ 가 되다.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노년에도 불구하고 수원 검찰청에서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 농장을 방문했을 때, “철부지 농장” 이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많고 많은 이름 중에서 하필이면 〈철부지 농장〉이라는 이름을 붙었을까? 생각하면서 역시 친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는 생각을 했다.
‘철부지’ 라는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 스마트 폰을 열고 Daum 백과를 검색해보았다.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을 가리키는 ‘철’과 알지 못한다는 뜻의 한자 ‘부지(不知)‘가 합쳐진 말이다.’철‘은 원래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서, 주역의 영향을 받은 동양권에서는 흔히 지혜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바뀐 뜻은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 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라고 씌어있다.
최근 카-톡 방을 통해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는 이른바 보생와사(步生臥死)라는 신조어에 대한 글을 자주 받는다. 지난해 가을 갑작스런 뇌신경 이상증세로 걷는데 다소 불편을 느끼고 있어 등산용 스틱 2개를 지참하고 매일 한 시간 이상 걷는다. 올 3월 초, 화성시 능동 서동탄역 파크자이 1단지 아파트로 이주한 후부터는 아파트 단지 뒷산(구봉산100.8m) 둘레 길을 걷는다. 매일 똑같은 둘레 길을 걷다 보면 무료하여 지난 해, 화성시 행복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파종하고 남은 씨앗을 몽탕 경작했던 흔적이 보이는 땅에 뿌렸다. 그리고 둘레 길을 걸을 적마다 드려다 보곤 하였다.
우리 속담에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하필이면 그 자리 에 공원조성 공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그 때서야 그 곳에 작물을 심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금곡동 오산천 주변에 임대 주말텃밭 대여섯 평을 구했다. 그리고 안녕면 농협구판장에서 구입하여 심은 쌈 채소 묘을 또다시 옮겼다. 그리고 파종한 씨앗들은 싹이 트면 이식하리라 생각하고 매일 식전이면 물을 떠다 뿌렸다. 하지만 일교차가 심한 탓인지 싹이 얼른 돋지를 않는다. 오늘 식전에도 물을 따다주고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새로 시작한 게이트볼 연습을 1시간 가량 하고 귀가하면서 들려보니 트랙더가 밀어낸 흙으로 전부 덮여있는 것이 아닌가!
누굴 원망하랴, 애초에 작물을 가꿔서는 안 될 곳에 씨앗을 뿌린 내가 너무나 한심스럽다. 정성을 드린 저간의 노력이 아쉽지만, 차라리 ‘잘됐다’ 는 생각을 했다. 벌과금 처분을 받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팔십 평생 살아오면서 불의(不義)를 보면 참지 못하는 직설적인 성격에 주변으로부터 ‘완벽주의자’ 또는 ‘원칙론자’ 라는 별칭 소리를 들어왔다. 딸 내외가 마련해준 제2동탄 신도시 새 아파트에 계속 거주 했다면 이런 사단은 없었을 텐데... 딸 내외에게 경제적 부담주지 않으려 새 집 구입하여 이주한 것이 결국은 《철부지》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오히려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 철부지가 된다’ 는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