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날, 손자 이야기 /2022. 7.16(토)
사람들은 얼굴 생김이 다르듯 취향도 각기 다르다. 일 년 4계절 중 사람들은 대체로 긴 동절기 끝에 다가오는 ‘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여름’을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봄 날씨는 우선 ‘미친 ㅇ’ 널뛰듯 하여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날씨가 화창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진눈개비와 서리가 내려 갓 핀 봄꽃들이 파김치가 된다. 나 역시 아무리 조심을 해도 봄이면 예외 없이 코뿔(감기)로 고역을 치르곤 한다. 봄이 끝나는 가정의 달 5월이 되어야 비로소 완연한 봄이 왔음을 느낀다. 영국 어느 시인이 4월을 일 년 중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말 한 까닭이 납득이 된다.
이정수장(利貞收藏)의 시기라고 칭하는 가을도 마찬가지다. 여름내 푸름을 한껏 자랑하던 초목들이 웬 지 가을만 접어들면 생기를 잃다가 결국은 옷을 홀딱 벗은 나목이 된다. 더군다나 겨울은 한마디로 모든 생물들이 활동할 수 없는 죽음의 시간이다.
이에 반해 여름은 따가운 햇볕과 더운 습기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온갖 생물들을 왕성하게 성장시키는 원형생장(元亨生長)의 시기다. 그래서 한참 자랄 시기의 천등벌거숭이들 그리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이 더 좋아 하는지? 모른다.
오늘이 바로 여름철의 한가운대로 들어가는 초복(初伏)이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3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4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부터 첫 번째 경일이다. 따라서 복 날은 열흘 간격으로 있다. 이 때를 '삼복더위'라고 하는 것은 일 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시기이다.
요즘도 복날에는 보신음식과 피서로 더위를 이기고 있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 산간계곡을 찾아서 청유(淸遊)를 즐기고, 보신탕·삼계탕 같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몸을 보신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팥죽을 쑤어먹기도 하고 밀전병이나 수박을 먹으며, 복날 새벽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을 빌기도 한다. 또 해안지방에서는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
오늘 저녁 복달임으로 손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음식 메뉴는 손자들이 좋아하는 꽃 삼겹살구이다. 세월 참 빠르다. 동탄 신도시 이주 당시 어린이집에 다니던 손자 ‘선우’가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교 2년생이다. 한창 자랄 고비에 들어선 때문인지 식성이 어른 빰 친다. 공기 밥 2그릇에 아범 물냉면까지 먹는다. ‘밥 심(힘)으로 큰다'는 말이 있다. 아무쪼록 얼른 자라서 생전에 자유 대한민국이 희구하는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이 내 꿈이다. 과연 그 때까지 생존할 수 있을 런지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하경이 선우, 많이많이 사랑한다!! " (끝) ***크리스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