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친구 W이야기 /2022. 7.29(금)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죽는 그 순간까지 어쩔 수 없이 어떤 관계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일찍이 고대 희랍의 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 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날이 기분 좋은 변화를 꾀하고 있는 화성시 동탄에 이주하면서 나 역시 의도했던 아니면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많은 사람들과 관계(만남)를 맺었다.
그 중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지인 한 사람을 꼽으라면 이웃 병점에 사는 학교 동기 W이다. 그는 얼마 전에 남자 실버들에게서 흔히 나타나고 있는 전립선염 시술을 받고 퇴원해서 요양 중이다. W는 학교동기지만 동탄 이주 전에는 ‘닭 개 보듯 한’ 관계였다. 그러다가 내가 동탄에 이주하고, 또 주말 ‘텃밭 가꾸기’ 를 같이 하면서 더욱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누구나 사람은 장·단점을 고루 갖게 마련이다. W는 말이 적고 행동은 둔하지만 무척이나 신중하다. 내가 그를 가장 믿음직스럽게 여기는 것은 자가 용도 없이 전문직에 다녀간 근무했다는 점이다. 요즘도 집에서 5~6km나 되는 텃밭에 가려면 내 차를 이용한다.
주말 텃밭 가꾸기를 같이 하게 된 계기도 이렇다. 이웃에 살다보니 자주 만나게 된다. 한 번은 내 차로 동탄 인근에 위치한 안녕면 농협공판장을 함께 가 본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W는 ‘주말 텃밭 분양하는 곳 없느냐?’ 고 묻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 후, 사위를 통해 주말 텃밭을 얻게 되면서 함께 현장에 가게 되었다. 위치는 금곡동 오산천변 자갈밭이다. 현장을 본 W는 조금 떼어 달라면서 5만 원 권 지폐 한 장을 꺼낸다.
임대로 지불했으니 함께 하자고 했더니 ‘난 그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면서 절대로 참견하지 말란다. 하는 수 없이 손바닥만 한 4평 규모의 땅을 3등분하여 한 이랑을 W에게 주었다. 나는 조금씩이나마 쌈 채소며 고추·가지·토마토를 고루 이식하였지만 W는 양상추 외는 식재하지 못했다. 마침 옆에 손도 대지 않은 땅이 있어 주인에게 부탁했더니 그 곳은 이미 분양하여 어쩔 수 없고, 좀 거리가 떨어진 곳에 밑거름과 멀칭까지 해놓아 심기만 하면 된다는 텃밭을 소개한다.
W도 좋다고 하기에 그 곳을 추가로 임대하여 나는 고구마를 W는 고추· 가지· 그리고 내가 심고 남은 고구마 묘를 이식하였다. 그러고 나니 내 심기가 한결 편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W는 뻔질났게 병원에 들랑거린다. 문병 차 온 출가한 자녀들도 ‘몸도 안 좋은데, 무슨 텃밭이냐!’ 고 애먼 소리를 들었다고 실토한다. 친구를 위해 텃밭 가꾸기를 함께 하자고 한 것이 오히려 고-스톱 판 독박 쓴 처지가 되었으니 입맛이 씁쓰름하다.
봄 가뭄이 심해 아침저녁 물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우후죽순처럼 자란 잡초 뽑느라 땡볕에 땀깨나 흘렸다. 그리고 쌈 상추며 고추·가지 그리고 고구마 줄기까지 따서 주었더니 W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일찍이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는 ‘어려운 것은 사랑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랑을 받는 기술이다’ 라 했다고 한다.
친구는 서로 마음을 허락하고 있는 관계이다. 서로 선(善)으로 나아가는 것이 친구의 우정이므로 그 성격이나 뜻, 취미나 사정에 입각한 의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독립된 인격으로서 기쁨과 슬픔을 서로 나눠 갖는 것이야 말로 정다운 친구를 유지하는 첩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맺는다. 하루 빨리 W의 병이 쾌차하기를 기원하면서...
*** 크리스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