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수확하면서 또 하나의 이치를 깨닫다.
예전에 ‘금이 출토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탄 신도시 금곡리 도로변에 주말 텃밭 두 고랑(4~5평)을 얻었다. 올 해는 손자들이 좋아하는 옥수수를 심을 요량으로 주인에게 미리 부탁해서 텃밭 남동쪽 끝자락을 얻었다.
화성시농업기술센테에서 제공한 〈초보자를 위한 텃밭 매뉴얼〉에 따라 손바닥만 한 텃밭을 엽경채류, 과채류, 그리고 근채류를 심을 요량으로 3등분 했다. 그리고 청명 한식과 겹친 4월 식목일 날, 씨감자 만원어치를 어렵사리 구매하여 근채류로 정한 땅에 심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로 옆 고량 새댁 내외가 심은 감자는 새싹이 나와 줄기가 제법 싱싱하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심은 감자는 4주가 다 되도록 요지부동 이다. 봄 가뭄에 혹여 수분이 부족하여 싹이 트지 않는가? 싶어 수돗물만 자주 주다보니 밭주인으로부터 ‘물세 많이 나온다’ 는 엄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싹이 트지 않는 원인은 비닐 멀칭을 하지 않는데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소식 적 호미 한 번 제대로 잡아 본 적이 없는 나는 이제껏 비닐 멀칭이 잡초 예방에만 효과가 있는 줄 알았는데, 환절기 낮과 밤의 온도 차에 따른 보온과 수분 방지예방에도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사 ‘하나 잃으면 하나 얻는 다’ 고 했던가! 싹이 트지 않는다고 속을 끌었더니 동생 벌 되는 이웃사촌이 심고 남는 감자라면서 씨감자를 주기에 고추와 가지 그리고 토마토 심은 사이에 추가로 심었다. 어디 이뿐인가! 자연생 신선초며 손수 땀 흘려 가꾼 민들레를 몸에 좋다면서 맛보라며 건넨다. 피를 나눠가진 형제자매보다 더 진한 情을 느낀다.
여름 장마가 곧 시작된다는 일기 예보에 지난 주말(6월 24일) 감자 한포기를 뽑아 보았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아이들 주먹만 한 감자기 서너개씩 눈에 띈다. 그 다음날 외 손주 하경·선우에게 소집령을 내려 감자 캐기 체험을 시켰다. 따갑게 내려쬐는 땡볕 아래에서 신이 나서 감자 캐기에 열중하는 두 손자가 너무 장하고 고맙다.
올, 음력 칠월 팔순이 되는 나는 2개의 좌우명이 있다. 하나는 '窮(궁) 즉 通(통)' 이고 나머지 하나는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이다. 두 손자 하경 & 선우 '건강하고 바르게 그리고 슬기로운 사람으로 자라서 자유 대한민국 발전에 보탬 되는 일꾼으로 살아가기를 희구' 하면서 글을 맺는다.
“ 하경· 선우, 할아버지가 사랑한다.”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3. 6,2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