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나태주 시인의 ‘80 나이에’ 을 읽고서...

길전 2023. 12. 17. 15:32

 

모처럼 진눈개비가 날리는 오늘 새벽, 안식구는 친정 형제들과 가기로 약속한 싱가포르 여행을 위해 금곡초등학교 앞 도로변에 정류장에서 인천공항 버스를 탔다. 겨울은 눈발이 날리고 좀 추워야 겨울 맛이 들긴 하지만 안식구가 없는 집안 분위기는 설렁하다 못해 냉기가 흐른다.

 

아파트 1층 우편함에서 신문을 꺼내와 지면을 펼치니 눈에 익은 나태주 시인의 ‘80나이에 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한 살 터울 적은 시인이지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나도 모르게  오피니언 글 주제에 호감이 간다. 근자에는  잔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큰 타이틀만 대충 훑어보곤 했으나 돋보기를 쓰고 끝까지 읽어내려 갔다.

 

나태주 시인은 우선 글머리에  건강한 사람도 대개 80전에 세상을 떠나는데 자신은 고롱고롱 앓으면서도 팔십까지 살아왔고, 금년마만 잘 넘기면 망구(望九:90)를 바라볼 수 있어 고맙기 이를 데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새 해를 맞아 젊은 사람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은 것은 한 해 한 해 단발로 생각하지 말고 10년을 한 묶음으로 보면서 살아보라 고 말해주고 싶다고 적었다.

 

하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사자성어가 있는가 하면 ‘10년이면 강산도 변 한다는 속담도 있다면서 10년은 충분히 變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세월이라고  말하면서 그가 시인을 처음 꿈꾼 것은 1960년 고교 1학년 때였는데, 10년 후인 1971년 중앙지 서울신문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자신의 삶의 일단을 밝힌다.

 

또 자기가 운영하는 풀꽃문학관도 적산 가옥 한 채를 구매해 시작한 것이 2014년인데 10년만인 내년에 300평 규모의 건물을 지어 새로운 문학관으로 출범하게 된다고 소개하면서 오늘날 우리나라  문제는 무엇이든지 속도·비교·성취·소비 과잉 〉 에 있다면서 집안의 화초를 죽이는 것은 물 부족이 아니라 물 과잉 이라고 예를 든다.

 

따라서 이제 팔십이 된 자기는 10년은 어렵고 5년쯤 생각해서 정리할 것들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자잘한 소망들을 이루고 싶다고 글로 정리한다. 평소내가  어렴프시 꿈꾸던 생각과 나태주 시인의 생각이 어쩌면 이리도 신기하게도 일치할까!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성숙되어가는 것이라고 언젠가 카-톡으로 받은 영상 글을 떠올리면서 글을 접는다.

 

곧 다가오는 甲辰(갑진)년 새 해에는 나를 아는 모든 지인들, 더욱 剛健하고 가내가 두루 幸福하기를 갈구하면서...

 

*크리스탈 힐링일기/2023.12,17()**

 

(고엽)(이브 몽땅).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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