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독서)

올 한해, 癸卯년을 되돌아보면서...

길전 2023. 12. 22. 23:49

 

어제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스물 두 번 째 절기, 동짓날이다. 그러고 보니 올 해도 열흘 남짓 자고 나면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솟는다.  이제 끝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올 한해 추억에 남을 만한 일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지난 1년을 되돌아 본다. 이제 완연한 노년기에 접어둔 나로서는 뭐니 뭐니 해도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으리라! 

 

 2023 계묘년은 내가 이 세상에 테어난지 꼭 팔십이 되는 해이다. 선친 두 분께는 불효스럽게도 환갑 전에 작고 하셔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멍에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10년 정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10년은 고사하고 望九를 바라 볼 수 있는 傘壽까지 살 줄 야! 정말 나로서는 큰 홍복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간 9988, 234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갰다. 하지만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매일 먹는 약이 하루 열 알에 이른다. 

 

다음은 올 한 해를 생활하면서 나를 크게 감동시킨 이웃이 누구일까? 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주인공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지근거리에 있는 ‘꿈나무 꿈’  교회 목사 내외분의 얼굴 모습이 떠오른다. 이 분들과의  인연은 올 6월 달  교회 4층 식당에서의 오찬 모임에서 시작됐다. 

 

식사가 끝나고 K 목사님의 간단한 인사 말씀이 있었다.  강원도 8남매 막내로서 개신교 목회활동을 하게 된 동기와 더불어 두 권의 책을 참석한 경로당 모든 회원들에게 나눠주셨다. 한 권은 나는 행복한 목사’ 라는 말을 줄여서 붙인 제··이고 또 하나는 기독교 장례의 새 패러다임을 개발 몸소 실천하면서 집필한 성경적 천국 환송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K 목사님께서 '꿈너머 꿈'  교회 신도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듬뿍 받는 보석 같은 목사님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이런 좋은 분과 교우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무척 행복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군다나 바로 얼마 전, 식사모임이 끝난 후, 사모께서  잠시 뵙자고 하더니 떼오스 말씀사에가서 편찬한 최신형 개역개정판 성경 한 권을 주시면서 선생님을 위해 늘 기도 드리겠다' 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는 더없는 큰 영광이자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눈 감는 그 순간까지 사모님의 말씀은 지워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다음은 또 한사람 情이 가는 敎大 동기 G이야기다.  G와는 학교 재학시절에도 가깝게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졸업 후에는 G 는 인천  관내에 배정받았으나 나는 경기도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라고 칭하는 가평군에 배정되어 10여년 간 근무하는 바람에 접촉할 기회가 전무했다. 

 

그런 그가 올해  팔순기념문집 발간 준비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정신없는 8월 어느 날, 나에게 전화를 했다.

ㅇㅇ 선생님 맞으시죠

예 제가 그렇습니다만, 누구신가요

저 서울 사는 G입니다

" 아니 G형, 웬일로 나에게 전화를 다 하십니까? 아무튼 반갑습니다.

김선생, 요즘 어디 몸이 많이 불편한가요? 통 글을 볼 수 없어서 전화했습니다

- 이하 생략-

 

그런데 며칠 전 G가 뜬금없이 내가 사는 거주지 주소를 알려 달란다.  갑자기 주소를 알고싶은 이유를 물었더니 발간 비를 많지는 않지만 좀 보태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런데  G는 한 번 내뱉은 말,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면서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전화하는 바람에 결국은 내가 손을 들고 말았다.  차후 G와 자리 마련해서 식사나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속된 말로 술 마시고 밥 먹자는 친구는 흔하다. 하지만 정녕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이 요즘 정서다. 시니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 예방차원에서 일 주일에 두 서너번 일기 삼아 컴퓨터 자판기을 두드려  내 블로그 또는 카-톡에 올린다 이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죄다 읽었다는 G의 말을 듣고  너무 고맙고 기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사자성어  益者三友 같은 친구가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제 곧 다가 올, 새 해 甲辰년은 나는 물론 내 이웃에 사는 모든 이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감사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으로 한데 어울려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접는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3.12.23.(토)**

권진원_살다보면_128.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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