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혹시 ‘소프트 꼰대’가 아닐까?
일 년 열두 달 중, 날 수가 가장 적은 2월, 마지막 네 번째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에 아파트 관리소장 Y의 승용차를 타고 봉답읍에 있는 「화성시 마을 공동체 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부끄럽지만 아이들을 40여년간 가르치면서도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행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곳’ 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자이사랑봉사단’ 운영을 맡게 되면서다. 화성시로부터 지원을 받는 총 62개 공동체(씨앗30, 줄기10, 열매2, 주제지정14, 공간지정1, 소모임5)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10시 정각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한 심사협의가 시작되었다. '씨앗' 부분에 모두 7 명이 참석했는데, 80이 넘는 고령자는 오직 나뿐이다. 시니어 도움 활동(2건) 역사 탐방 및 여행 동아리 활동(3건) 텃밭 가꾸기(1건) 그리고 우리 아파트가 출원한 자이사랑봉사단 활성화 (1건) 등을 포함 모두 7건이다. 그런데 심사가 시작되자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파트가 활동하고자 하는 중점과제는 ①환경 가꾸기 및 캠페인 ②우리 마을 역사 알기 ③로봇과 코딩 체험 ④인문학 소양 강좌 등 4개다. 컨설팅 사전 협의 때, ‘활동과제를 줄이라’ 말한 코칭의 충고가 떠오른다. 어차피 출원한 내용 이제와서 번복할 수도 없고 여려사람이 역할분담하여 활동을 할 것이라고 궁색하게 말했다.
바다 건너 이웃 일본에서는 이른바 『소프트 꼰대 』 논쟁을 불러 온 '일을 그만 두는 방법' 이란 책이 요즘 베스트 반열에 오르고 있다고 하는 글을 신문에서 봤다. 우리나라도 나이 먹은 노년을 보고 ‘꼰데’ 라 칭한다. 이 말속에 ‘귀찮고 비위에 거슬린다’ 는 함의가 내포되어 있어 솔직히 듣기가 편치않다. 일본 사회에서는 40대 이상의 회사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계층을 지칭하는 용어로 ‘소프트 꼰대’ 라 하는 모양이다.
예을 들면 윗사람(회장 또는 이사)에게서 지시 받은 업무를 젊은 직원들에게 전달 할 때, “말이 안 된다고 항의 하면, 하기 싫은 마음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는 식으로 아래 직원들을 설득하게 마련이다. 결국은 젊은 사람들의 의견이나 사기를 무시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회의시간에 무심코 내놓은 의견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한 아이템을 접어야 했다' 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이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혀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당연히 ’뜨끔하다‘는 이야기부터 ’어리다고 더 나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까지 다양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나도 소싯적 학교생활을 되짚어 보면, 위 아래 틈에 끼여 참으로 지난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때론 윗 사람들로부터는 '김선생은 고집이 세다' 는 이야기를 들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아래 직원들로부터는 '원칙론자' 또는 '완벽주의자' 라는 닉네임이 생겼다.
하지만 '시간이 약' 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심 없이 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근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 그릇된 오해가 풀려버린다. 『화성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심사 현장에서 '굿(good)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열정을 쏟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과 더불어 반성의 시간을 갖어본다. "나야 말로 정말 '소프트 곤대” 가 아닌 가?" 하는 생각 말이다.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NO 라는 말을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내 자신이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왕 저질러진 사단 '무우' 라도 짜르고 칼집에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이사랑 봉사단』 의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당초 생각했던 '이웃 간에 정감이 흘러넘치는 살기 좋은 파크자이A' 라는 소문이 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맺는다. 세상사 고통없이 이뤄지는 것이 어디 있던가! (끝)
**크리스탈 힐링일기/2024. 2. 2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