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월이 좋다.
나는 일 년 열두 달 중, 특히 ‘계절의 여왕’ 이라고 칭하는 5월을 좋아한다. 5월은 계절상 봄에 속한다. 하지만 같은 봄에 속하는 3, 4월은 별로이다. 굿이 이유를 들자면 고르지 못한 날씨 탓이다. ‘미친 년 널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날은 여름 날 못지않게 고온을 보이다가 때로는 심술을 부려 한겨울 날 씨 못지않은 진눈깨비가 오고 꽃샘추위로 일찍 개화한 봄꽃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비단 말 못하는 식물들만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고뿔에 걸려 곤혹을 치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 이라고 읊었을까! 어찌 보면 봄은 흡사 자기 마음을 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음흉스런 속내를 지닌 이른바 ‘이리’ 같은 존재와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5월의 첫 날인 어제, 금곡1리 임대한 텃밭에 가지, 고추, 호박. 노각, 토마토 등 여름 밥상을 싱그럽게 하는 채소들을 오산농협경제사업장에서 구입하여 심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나절에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어제 심은 작물들에 지주를 세워주는 일을 했다. 이제 간간히 웃 비료만 주고 잡초만 손질해주면 먹는 일만 남았다.
텃밭 인근에 있는 〈설악 추어탕〉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귀가하니 문 앞에 아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보낸 택배상자가 눈에 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회사 대표가 부모에게 보내는 선물세트다. 박스를 열어보니 다양한 과일과 대표가 보낸 축전 카드가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 은혜에 감사드리며 덕분에 회사가 계속 발전하고 있어 감사와 존경을 표 한다’ 는 내용이다. 이 글을 읽으면 대학 1학년 때의 아들과 내 모습이 반추된다. 이제 겨우 대학생활에 순응 할 만 한 시기에 아들은 뜬금없이 휴학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서 나는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아들은 내 뜻에 따라 대학 4년 과정을 수료하고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때 나는 왜 ‘빌 게이츠 부모’ 와 같은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부끄러운 심상에 잠기곤 한다. 현재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만족하고 또 행복해 하고 있어 아들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요즘 기쁜 일이 또 있다. 일주일 전 쯤, 갑자기 오른쪽 어깨부위에 통증이 나타났다. 그러잖아도 허리협착증으로 걷는데 몹시 불편했는데 오른쪽 팔마저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몸에 지녔던 기능을 하나씩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 독일의 문호 괴테가 생각나면서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1주일 만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늘 두 번째 검진한 담당의사는 “그나마 다행‘ 이라면서, 그렇지만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르니 무리하지 말라‘ 고 하면서 평소 스트레칭 할 것을 권한다. 아무튼 다시 ‘일과 사랑’을 지속할 수 있어 감사를 하면서 올 갑진(甲辰)년, 5월이 너무 좋아 이 글을 쓴다.(끝)
**크리스탈 힐링일기/2024. 5, 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