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심기에 필봉산 둘레 길을 걷다
세계 경제 6위권으로 잘 나가던 자유 대한민국이 뜬금없이 ‘바람 앞에 촛불 신세’ 가 되었다. 갑자기 불길한 마음이 생기다보니 음식 맛은 물론 잠자리마저 뒤숭숭하다. 평온하던 국정이 나락으로 떨어지니 8.15 광복을 전후 태어나서 참혹한 6,25 전쟁을 겪은 소위 시니어 세대들은 이제 남은 生에 대한 의욕마저 잃고 있다.
국정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는 우리 한민족의 고질적인 습성의 하나인 “타인이 잘 되는 것은 절대로 참지 못하는 고약한 심보‘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남·북 분단이 종식되기 전에는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한 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어언 80년에 이르러 먹고 사는 문제는 이미 승산이 끝났다. 하지만 좌·우 이념 문제는 오히려 계층 간 지역 간 ,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4.10 총선에서 학생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좌 성향의 인물들이 많이 당선되어 급기 야는 오늘의 대통령 탄핵 소추 사단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마침, 오늘 아침 안식구는 절에 가는 날이라면 가는 길에 며칠 전에 아들이 갖다 놓은 외국 여행용 가방을 딸네 집에 전해줬으면 한다. 밤사이 내린 눈이 미처 녹지 않아 도로 주행이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평소 같으면 사찰까지 족히 20분이면 도착할 거리이건만 오늘은 40여분 이상 걸려 겨우 필봉산 자락 용화사에 도착했다.
안식구가 ‘동안거 관음 100일 기도’ 라는 현수막이 걸린 대웅전 법당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등산용 스틱를 꺼내 들었다. 요즘처럼 마음이 불편할 때는 산길을 걷는 것도 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 옆 비탈진 길을 20여 미터 오르니 필봉산 둘레 길 안내판이 있다.
정상 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띤다. 불현 듯 학창시절 공부한 <고려시대 3대 보물 중에 하나인 8만 대장경>이 생각난다. 장장 17년이라는 긴 동안 작업 끝에 제작된 8만 대장경은 부처님의 힘으로 몽골족의 침략을 물리치고픈 당시 고려조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국가 보물이 아니던 가!
작금,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견위수명(見危授命)하는 J 목사님의 기개 또한 대단함을 느끼면서 필봉약수터의 흘러나오는 약수를 서넛 컵을 들이켰다. 날씨가 좀 풀린 때문일까! 약수터 정자에는 또래 층 부녀들이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눈에 띤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두 길이 있다. 테-크 층계 길 대신 낙엽들이 쌓인 고즈넉한 산길을 걸어서 정상(144.2M)에 올랐다. 용마루 대들보에 낙성일자(2003,1.23)가 보이는 팔각정 위에 오르니, 동남쪽으로는 일일신 우일신 하는 동탄 시내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수원시가 확연히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 길은 테-크 층계를 이용했다. 용화사 절에 돌아와 법회를 끝낸 안식구와 더불어 점심공양을 하였다. 아침 식사가 부실한 탓일까, 나물 비빔밥에 된장국이 꿀맛이다. 뒤늦게 신년, 게이트-볼 동호회 첫 중식 모임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맺는다.(끝)
**인천교육일보 김청규 칼럼니스트 /2025.01.16.(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