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아날로그' 생각을 접자.

길전 2008. 4. 17. 06:09
   
자그마치 10년 만에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의 형태 평가가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번 평가는 중학교에 새로 진학하는 신입생들의 학력을 정확히 측정해 결손부분을 보충하고 또한 학교별·지역별 교수·학습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진단평가 성격의 일제고사였다. 지난 3월 21일 서울을 비롯한 부산·대구 등 8개 시·도의 평가결과가 신문에 공개되었다.

주요 시·도의 평가 성적을 분석해 보면 서울은 영어·수학, 그리고 부산 대구는 국어·사회·과학과목에서 오히려 서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시험 전에 이미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으며, 다만 전국 단위 백분율이 표기된 개인성적표만 통보해 학생 스스로 자극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실망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여러 나라의 공통된 '화두'는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교육의 질(質) 제고(提高)에 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배움의 전당인 교육현장에서 '평가'라는 어휘만 나오면 흡사 벌레를 씹은 표정으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는 일부 교육자들과 특정 단체의 저의(底意)를 필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교육부령 교육과정 해설에 의하면 '평가'는 하나의 수업과정으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교사가 교수·학습행위를 했으며, 응당 피교육자인 학생은 학습내용을 제대로 이해 또는 파지(把持)하였는지, 그리고 교사는 제대로 가르쳤는지, 확인하고 반성하는 이른바 피드-백(Feed-Back)활동은 교단교사의 교수활동 중 핵심요체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다수 교사들이 피교육자인 학습자의 요인만 확인하고 정작 자신들의 교수행위에 대한 평가분석 및 반성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블름(BlooM)의 완전학습이론에 의하면, 학습부진 요인은 학습자 요인보다 오히려 교수변인이 더 큰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적의 교수기법과 자료만 제공된다면 유아들에게도 2차방정식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신뢰도와 객관도가 높은 평가지로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교수요인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교육공급자의 지나친 '에고이즘'이며 더 나아가 교육수요자에게 직무유기를 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 최고 선(善)은 원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내주어야 한다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다. 다만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

'교육의 질(質)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이 말은 많이 들어서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교육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경구(警句)'이자 명언이다.

필자는 40여 성상, 열두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연(緣)을 맺은 선생님들이 줄잡아 500~600명은 되리라. 그 중에서 지금까지 정겹게 아련히 반추되는 선생님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품고 있는 아이들에게 뜨거운 열정을 쏟은 선생님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를 이끈 저명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결같게 부모의 교육열과 더불어 '좋은 학교'에서 훌륭한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지 않던가!

새 정부 취임 한 달이 되어가는 요즘, MB대통령은 기존 상식과 관행에 젖어 있는 공직자들에게 스피드형인 '얼리 버드'(Early Bird)와 서비스 중심의 공무원상인 '머슴'론을 강조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이제 책상에만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잘하겠다는 이른바 '아날로그' 형 공직자는 더 이상 공직사회에 설자리가 없게 되었다.

차제에 인천교육도 주변의 잡다한 눈치 보지 말고 오로지 우리 청소년들이 미래에 질 높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의 최고 가치인 '변화'를 존중하면서 소신과 원칙을 세워 더욱 정진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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