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 길 가려거든 /최치원(857~?/김수영 옮김)
어려운 때 정좌(正坐)한 채
장부 못됨을 한탄하나니
나쁜 세상 만난 걸 어찌 하겠소 .
모두들 봄 꾀꼬리의 고운 소리만 사랑하고
가을 매 거친 영혼은 싫어들 하오
세파 속을 해매면 웃음거리 될 뿐
곧은 길 가려거든 어리석어야 하지요.
장한 뜻 세운들 얻다 말하고
세상 사람 상대해서 무엇 하겠소
시인이자 이미출판 대표인 최영미는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어려서 당나라로 유학 갔던 최치원이 25세에 쓴 詩라고 소개하면서 낯선 땅에서 얼마나 요지경 험한 꼴을 봤으면 이런 시가 나왔을까. “봄 꾀꼬리” 와 “가을 매”의 대비가 절묘하다. 스물다섯 살이면 한창 봄인데, 그대는 어이해 가을 '매'의 서러운 노래 부르나. “곧은 길 가려거든 어리석어야 하지요(直道能行要自愚)” 를 쓰고 4년 뒤에 최치원은 신라로 귀국했다. 나쁜 세상, 어지러운 신라를 구하고자 진성여왕에게 시급히 해야 할 일을 적어 올렸으나 時務十餘條는 시행되지 못하고 그는 전국을 유람했다. 해운대 해인사...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알 수 없다. 孤雲 최치원은 경주 최 씨인 나의 오래된 조상이다. 불현 듯 해운대에 가서 바닷물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세상사 잊고 싶어라』
나는 2020년 지난 해, 여름 안식구와 함께 4박5일(2020.8.5.~8.9)동안 부산 처형댁에 묵으면서 부산의 명승지와 역사문화를 탐방한 적이 있었다.
해운대 동백섬은 해송이 울창하고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정상에는 최치원 동상과 기념비가 있어 그의 일대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시를 접하면서 묘한 감정이 솟는다. 나이 먹은 늙은이의 노파심일까!! 최치원이 천백여년 전, 통일 신라 사직을 걱정했던 그 마음이 어쩜 지금의 나에게도 똑같이 느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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