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여자동기가 작고하신 박완서 작가의 글이라면서 읽고 또 읽어도 구구절절 공감이 간다면서 '일상의 기적' 이라는 글을 카-톡 문자로 보냈다.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덜컥 겁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떠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하 생략-
'여우보다 더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 이라고 누가 그랬나? 요즘 내 마음이 그렇다. 한 번 탈이 난 몸이 정상으로 회복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만을 기대하면서 하루 두 번 동탄 여울공원을 찾는다. 식전에는 조금식 낮아지는 기온 때문에 철이른 잠바를 걸치고 1시간 정도 걷는다. 햇살이 퍼진 오후에는 방치하다시피 내버려 두었던 자전거를 다시 꺼내 조심스럽게 탄다.
불가에서 흔히 말하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결국은 죽음에 이른다’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의미를 새기면서 걷다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여울공원의 숨어있는 참 모습들이 하나씩 보인다. 『생태 습지원』 근처 설치된 파고라 의자에 잠시 앉아 쉰다. 무심코 눈 앞의 나무를 쳐다보니 못난이 과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향이 좋아 사랑받는 모과열매는 사포닌, 비타민C, 구연산 등이 많아 한약 약재는 물론 모과 차나 술로 인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백 명의 동탄주민들이 지나다니는 이곳에 멀쩡하게 온전히 달려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칠십 평생 보금자리였던 부평을 뒤로하고 외손자들이 사는 동탄 신도시로 이주한 지난 해 4월초에는 온통 사방이 아파트와 상가 공사로 혼잡스러워 솔직히 정이 붙지 않았다. 그런데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은 화성시 동탄으로 온 것이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기분 좋게 변화하는 행복화성’ 이 머지않아 세계 10대 부자도시 중에 하나로 발돋움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접하니 더욱 신이 난다. 어찌 이뿐이랴! 비록 왼쪽 팔·다리는 전 같지 않지만 정신만은 멀쩡하여 글을 쓸 수 있게끔 배려하신 조물주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