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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30여명 가까운 고참 교장들이 자리를 비우고 새로운 얼굴들이 학교 CEO로 탄생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금언이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맵시가 흩어지지 않는 것처럼 출발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외람되지만 교육현장에 먼저 봉직한 선배로서 새내기 교장들에게 한마디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
'교육(敎育)의 질(質)은 교원(敎員)의 질(質)을 능가 할 수 없다'는 말은 새내기 교장들도 귀가 닳도록 들어서 아마 식상하리라 사려된다.
하지만 이 경구(警句)는 학교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수임하는 위치에 있는 학교장은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음미해야 할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교정에 들어서면 그 학교 교장의 교육력과 품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말은 그 학교에 몸 담고 있는 교장의 교육철학과 실천의지에 따라서 학교의 모습은 전혀 다른 양상(樣相)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여기에 학교장으로서 반드시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 하나 있다. 바로 학교 인적 구성원들로부터 '의심받지 않는 도덕적 청렴성'의 구비이다.
교장이 제아무리 훌륭한 교육철학과 비전을 갖추고 있더라도 도덕적 청렴성 즉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가 추진하는 교육활동은 한낱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여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교장 재직 8년에 세 학교를 근무하였다. 세 학교 모두 그 나름대로 애틋한 사연과 추억들이 있다. 학교를 떠난 지 어언 일 년이 되어오는 요즘, 교장 재임 때의 모습들이 반추되어 "그 때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완벽주의자 그리고 원칙주의자라는 닉네임 때문인지(?) 부임하는 학교마다 하나같이 교직원들이 긴장하고 굳은 표정을 짓는다. 따라서 새로운 일의 추진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필자는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좌우명이 둘이 있다.
하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고 또 하나는 '其身이 正이면 不令而行하고, 其身이 不正이면 雖令不從이니라'(내가 바르면 명하지 않아도 따르고, 내가 바르지 못하면 명해도 따르지 않는다)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교육사안 추진에 있어 시간은 다소 지체되지만 사심(私心)없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행위에 솔선수범하다 보면 은연중에 교직원은 물론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도 신뢰하고 협조하는 양상으로 바뀌는 사례를 몸소 체험하였다.
어찌 보면 현직에 있을 때 주변으로부터 맘에 없는 공치사를 받는 것보다, 학교를 떠난 후에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오랫동안 외경심으로 남는 교육자가 정녕 참 교육자 상이 아닐까?
아무튼 혼란기에 순탄치 못한 교육여정의 외길을 걸어 온 동기 교장들의 송공(松功)을 기리며 더불어 새로 출발하는 새내기 교장들의 장도(壯途)에 무한한 영광과 발전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김청규 前 인천 부마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