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집단 따돌림 해소책

길전 2008. 1. 1. 12:02
학교 '집단따돌림' 해소책
인천광장-김청규 전 인천 부마초등학교장
며칠 전에 초등학교 한 어린이가 '몸을 만들고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기고 가출하였다가 이틀 만에 무사히 귀가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또 일본에서도 친구들의 '이지메'를 견디지 못한 두 학생이 자살을 하였고 이에 책임을 감당하지 못한 학교장이 목숨을 끊었다는 저녁 TV 뉴스를 보았다. 이제는 자녀를 학교 보내기가 겁난다는 학부모의 인터뷰를 보면서 교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인간은 단 하루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좋든 싫든 간에 인과관계를 맺으면서 삶을 영유한다. 사회 유형 중 최소 단위인 부부간에 있어서도 늘 좋을 수 만은 없다. 이따금 티격태격해야 부부의 정이 더 깊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던가! 하물며 한창 혈기 왕성하게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어찌 순한 양처럼 다투지 않고 집단생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다. 다만 근자에 빈번히 사회 이슈화 되고 있는 학교폭력이 단순한 다툼이 아니고 '집단 따돌림'현상으로 피해자가 하나밖에 없는 귀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간단(間斷)없는 교육행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직무는 '가르치는 일이다'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교사가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르치는 일 외에 더 중요한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데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일보다 더 소중한 교육행위가 있을까?'
교육활동의 지침이 되는 교육과정에는 교과활동 이외에 특별활동, 재량활동 영역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교과활동만 충실히 지도하면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의외로 많다. 그 단적인 사례가 교직단체가 교육부장관과 시·도 교육감을 상대로 개최되고 있는 교섭협의사항에는 교사들의 주번(생활)활동 문제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일과 전 또는 일과 후는 한마디로 생활지도 취약시간이다. 이 중요한 시간대에 선의의 학생보호를 위한 생활지도의 끈을 놓는다는 사실은 양심을 지닌 교육자라면 도저히 이해가 안될 것이다.
학생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중차대한 책무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방기하고 있다가 어떤 사단이 생기면 그때서야 사후약방문식으로 허둥지둥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얻고 진솔하게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또한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 근자에 교권침해 사례가 부쩍 늘어 문제아가 있는 학급 또는 고학년 학급담임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어 교육의 미래가 걱정된다. 학교 폭력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팔불출 같은 얘기지만 체구가 왜소한 필자도 중학교 시절, 뒷좌석에 앉은 친구로부터 수시로 시달림을 당했다. 더 이상 당할 수만 없다는 생각에 수업시간 중 한바탕 치고 받으며 싸움을 했다. 그리고 나와 그 친구 모두 눈에서 불이 날 정도로 선생님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당시에는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나무라신 Y 선생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Y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어찌나 근엄하게 각인되었는지 이 후 친구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교사의 권위가 바로 서려면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몰두하는 일부 교원들의 '돈키호테'식 행위로 말미암아 교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교육자로서 고매한 품격을 지키며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줄 때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진실로 교직을 우러러 보고 선생님들을 존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곧은 인성교육은 표면적인 교육활동보다는 오히려 잠재적인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길러지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던가.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과 나도 잘되고 너도 잘되는 '네트워크' 분위기가 뿌리 내릴 때, '집단 따돌림'은 학교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확신한다.
종이신문정보 : 20061121일자 1판 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6-11-20 오후 9: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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