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황혼기의 '행복' 찾기

길전 2008. 8. 25. 23:54

 

 

인생 황혼기의 '행복'찾기
▧ 세상思 ▧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찜통 같은 날씨가 장기간 기승을 부리고, 6월 하순부터 시작한 장마가 입추(立秋)가 지나도록 계속되는 이상 기후현상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기상청에서는 앞으로는 '장마예보를 하지 않겠다'고 했을까! 대한민국 한복판인 서울광장에서 근 100여회가 넘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으니 하늘도 무심치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본래 촛불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로 신성한 교회나 법당에서 '마음을 비우는' 의식으로 행하여지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시위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광우병 괴담에 따른 '촛불시위'와 불볕 같은 열대야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나라 중국 베이징으로부터 전해지는 태극전사들의 승전보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은 올림픽 참가 이래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여 '대한민국'을 세계만방에 과시한 태극전사 모두에게 영광을 돌리고 그들이 환희의 눈물이 있기까지 뒷배를 한 지도자와 가족들과도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여유로운 것이라고는 오직 '시간'뿐인 필자는 이제 앞으로 무료함과 더불어 혹여 불편한 심기가 생기면 어디서 무엇으로 해소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 된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는 것은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늙을수록 편안하고 유복하기를 기대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정신적으로는 너그러운 상태야 말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생명주기가 80을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인생 60이 되면 이순(耳順)의 경지로 '귀가 순해진 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된 듯싶다. 나이를 먹으면 출세와 성공에 가슴 조이던 젊은 시절의 욕망은 비록 사라졌지만, 오히려 젊은 시절보다 더 잘 삐치고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결코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필자는 뒤늦게 깨닫는다.

전에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이 없던 친구가 근자에는 화를 잘 내고 자기 뜻과 맞지 않으면 원수 보듯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혹여 필자 자신도 이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뒤돌아보게 된다. 근자에는 신문지상에 몰상식한 행동, 아니 입에 담기조차 버거운 잔혹한 폭행과 살인을 하는 노인 기사가 실려 큰 충격을 받기도 한다.

왜 그럴까? 자기가 애써서 키웠다고 생각하는 학교의 제자, 후배, 그리고 직장의 부하들이 더 이상 외경심을 갖지 않을뿐더러 혈육인 자식들조차 대화를 하려 들지 않는데서 오는 일종의 간극 때문에 심한 '상실감' 또는 '열패감'으로 인하여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은 아닐지?  특히 현직시절에 소위 잘 나가던 친구들이 이런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들의 심리기저에는 '내가 지난 날 어떤 사람인데, 이 녀석들이 나를 뭘 로 보고'라는 일종에 분노와 울분을 삭이지 못하여 비 이상적인 행동으로 돌출하는 빈도가 높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최근 일본이나 미국 등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나라에서 생기는 이른바 '폭주노인'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미래상일 수 있다.
빠르게 초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도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없는 가족관계, 소외받는 고령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 전체에 잠복되어 있는 문제를 심각하게 되짚어보고 대안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 주일에 족히 서너 번은 얼굴을 마주하는 친구가 '인생 9988 234(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앓다가 죽는다)하려면, 1무(無) 2소(小) 3다(多) 4필(必) 5우(友)로 살자'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금연하고(1無) 음식과 술은 절제하고 (2小) 운동 접촉 휴식은 많을수록 좋다(3多)는 것이며 걷고, 배우고 즐기고 웃자(4必)이며 자연, 친구, 책, 술, 컴퓨터(5友)를 가까이 하라'는 신조어(新造語)이다.

한 때는 하루에 착한 일 한(1)가지 하고 열(10)사람 만나고 백(100)자의 글을 쓰며, 천(1000)자의 글을 읽고 만(10000)보씩 걷자는 조어가 백수들 건강수칙으로 크게 회자된 적이 있었다. 두 가지 신조어에서 보듯 나이를 먹을수록 몸에 해가되는 담배나 술은 끊거나 줄이는 대신에 많이 움직이고 활동하며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생활해야 노후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뜻일 게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분명한 것은 지난 호(好)시절 잘 나가던 기억은 가급적 마음에서 지우고 또 누군가로부터 '하나'를 얻었으면 반드시 '하나'를 되돌려 줄 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후의 진정한 '행복'이며 친구가 메일로 보낸 '9988 234'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청규 인교연혁신포럼대표

 

 


 

'세상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 맞는 이야기  (0) 2008.10.16
배움을 통한 '행복'찾기  (0) 2008.09.27
'鄕原'의 의미를 되새기며  (0) 2008.09.17
나는 바담 품(風)해도 너는...  (0) 2008.08.06
초고령사회  (0) 200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