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鄕原'의 의미를 되새기며

길전 2008. 9. 17. 09:02

 
鄕原 의미를 되새기며
수요단상
 
사람들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일까. MB정부 출범 100일도 안되어 국민의 지지가 한 때는 한자리 수까지 곤두박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심이라는 것도 결국은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는 갈대와 같은 것'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새 정부는 어찌 보면 정말 운도 없는 것 같다. 촛불집회의 단초가 되었던 광우병 괴담도 따지고 보면 한·미간의 현안과제인 FTA을 조속히 체결하여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 살리기'를 하루라도 빨리 성취하고픈 생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리버드와 머슴론을 내세워 기분 좋게 출발한 대통령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누가 될 줄이야 꿈엔들 예측이나 했을까.

게다가 하마터면 미궁에 빠질 번한 강화모녀 납치 피살 건, 그리고 정상적인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강산 여자 관광객 피격 사건에 이어 일본정부가 각본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독도사태'와 지금은 한낱 설로 밝혀진 9월 경제 위기설은 새 정부의 국정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악재 중에 악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요즘 필자의 마음이 그러하다.

지난번 두번의 큰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던 부류의 정치인들. 이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근신하고 자중자애 해야 할 그들이, 새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틈타 호기를 만난 듯 국정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으니 안타깝다 못해 분기가 솟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국민의 건강을 운운하면서 서울 한복판을 무례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굿판으로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끌게 했던 그들이 정작 선량한 금강산 관광객의 죽음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말이 없는지. 정말 궁금하다 못해 의아하다.

40여 성상을 제2세 국민교육에 전념하다 지금은 한낱 자연인으로서 돌아 온 필자는 요즘 세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옛 성현들의 말씀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겉으로는 옳은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그른 사람을 일컬어 사이비인 자 또는 편벽인 자' 라고 한다.

'맹자 진심편 하'에 실려 있는 맹자와 그의 제자 만장과의 문답에서, 만장은 계속 소위 향원(鄕原)의 뜻에 대하여 질문하거니와 특히 그 후반에서는 '세속에 아첨하는 자는 덕을 해친다'라는 공자의 말씀에 집중된다.

만장이 맹자에게 여쭈어 보았다. "한 고을 사람들이 다 그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한다면, 어디를 가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닐 수 없을 터인데, 공자께서 그런 사람을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맹자가 대답하기를 "그를 비난하려고 해도 들어서 비난할 것이 없고, 그를 공격하려해도 공격할 구실이 없으나 세상 풍속에 동조하고 더러운 세상에 합류하여, 집에 있으면 마치 성실하고 신의가 있는 것 같고, 나아가 행하면 마치 청렴하고 결백한 것 같아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스스로도 옳다고 생각하지마는 그런 사람과는 함께 요·순의 올바른 도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즉 맹자는 만장에게 향원이란 말은 사이비의 거짓된 군자라는 뜻이라고 가르쳐주고 있다.

작금의 우리 세태가 어쩌면 옛 성현들이 살았던 그 시대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인지하면서 필자는 고소를 금치 못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결국은 올바른 이치대로 되고 만다는 사필귀정의 의미를 깨닫는다.

새 정부가 지금은 비록 어렵고 고통스럽겠지만 심기 일천하여 초심을 잃지 않고 정녕 국민을 진실로 섬기다면 종당에는 국민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10년 후에 아니 그 이후에 우리 후대들이 지금보다는 보다 나은 선진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기원한다.

/김청규인교연 혁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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