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부평구청에서 발행하는 “부평사람들” [2011-05-27 ]에 실렸던 본인 기고의 글임.
트리플(Triple) 행복
현직 시절, 다람쥐 채바퀴 돌리는 단조로운 생활에 염증이 나곤하였다.그러나 조직생활에서 이탈하여 완전자유인이 된이후는 이때가 가장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곱씹게 된다.차고 넘치는 시간을 소진하기 위해 학교동기 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과 산행도 하고 때로는 평생학습기관에서 시행하는 만사성 학습 강좌에도 참석해보지만 마음은 늘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공허하기만 하다.주변머리라고는 손톱 반만큼도 없어 땅 한 평도 가져보지 못한 나에게 부천에 사는 친구가‘농사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평생 아이들 가르치는 일 외에는 호미한번 제대로 잡아 본적이 없는 내가 생소한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면서도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쾌히 승낙한 것이 바로 3년 전이다. ‘비가 오는데 아침 일찍 어디를 가느냐?’는 안식구의 말을 등 뒤로 우비를 챙겨 아파트 단지 자전거 보관대로 나왔다. 농사일을 시작한 후로 나의 분신인 자전거 안장위에 타고 달리는 서운동 외곽도로는 밤사이 내린 비로 미끄럽지만 식전의 싱그러운 공기가 정말 상큼하다.
애당초 논바닥인 것을 공사장 흙으로 복토한 곳이라 비가 조금만 뿌려도 신발에 찰떡처럼 척척 달라붙는가 하면, 반대로 며칠 가물다 싶으면 흙먼지가 피어나는 척박한 진흙땅이다. 하지만 도랑쳐서 물길내고 밑거름 뿌리고 삽으로 땅을 뒤엎느라 허리가 당기고 손바닥에 물집이 생겼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받은 완두콩 씨앗을 파종하고 비닐로 덮었는데, 하늘에서 때맞춰 비를 뿌려주시니 고맙다 못해 황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닐을 걷어내니 노-란 완두콩 싹들이 흡사 강아지처럼 반긴다. 농사도 아이들 가르치는 일과 전혀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터득한다. 농사체험을 하면서 얻은 것이 또 하나 있다. 농장이라면 손사래를 치던 안식구도 주말이면 종종 따라 나선다. 얼굴이 까맣게 타도록 밭일에 푹 빠진 남편보기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면 종심에 모든 것 내려놓고 여필종부로 살아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되었는지 아무튼 그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말처럼 밭고랑에 돋아난 잡초를 뽑는 안식구의 뒤 꼭지 모습이 사랑스럽다. 건강관리도 농사체험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식전에 일어나 자전거 타고 밭에 가서 작물과 인사 나누고 돌아와서 먹는 아침식사는 말 그대로 꿀맛이다. 이미 고인이 된 토지의 저자 박경리 작가가 서울의 안락한 생활을 마다하고 척박한 강원도 오지에서 식물들과 대화하며 생활한 연유를 알 것 같다. 인간이 한 생애를 살아가는데 최상의 방법은 물처럼 살아가는 것(上善若水) 그리고‘분수에 맞게 행동하고 만족해야 한다(安分知足)’는『노자』의 귀한 말씀을 새삼 떠 올린다.
어쩌다 뒤늦게 시작한 농사체험을 통해서 세상 살아가는 이치 깨닫고, 부부사랑 진하게 느끼며 자전거 타기로 건강관리 되니 이것이 일석삼조의 ‘트리플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청규(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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