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해가 바뀌면 무슨 큰 수(數)가 생길 것처럼 한껏 고무(鼓舞)된다. 2012년 임진(壬辰)년은 60년 만에 모처럼 찾아오는 '흑룡(黑龍)의 해'라고 더욱 기대가 크다.
천간(天干) 중에서 임(任)자는 물(水)을 뜻하면서 검은색(黑)을 나타내며, 진(辰)은 12지간(支干) 중에서는 동서양 모두 상서롭게 생각하는 상상의 동물 용(龍)이다. 옛날부터 태몽을 용꿈으로 꾸게 되면 나라에서 크게 쓰이는 인물로 여겨 금년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출산 붐이 크게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임진년 역사 흔적을 돌이켜 보면, 반드시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백성들이 고통을 당한 국란(國亂)이 오히려 많았다. 솔직히 올 한 해는 걱정과 기대가 교차된다.
일전에 인터넷 편지함에 인생 '3대 악재(惡材)'라는 글이 올라 있었다. 내용인즉 이렇다.
첫째, '초년 출세(出世)는 좋지 않다'는 글이다. 젊어서 일찍 입신양명(立身揚名)한 사람치고 노후가 불행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 조선 500년 역사를 반추해보면 이삼십대 젊은 나이에 장원급제하여 조정 문무 반열에 섰던 많은 선비들이 사화(士禍)에 얽혀 귀양을 가거나 아니면 사사(賜死)되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는 경우가 너무나 흔했다. 근자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황태자' 또는 '소통령' 소리를 들어가며 위세를 부렸던 전직 대통령 아들들 또는 주변 인물들이 이후 순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둘째, 악재는 중년 상처(喪妻)를 꼽고 있다. 한창 열정적으로 일할 40~50대에 배우자를 사별(死別)한다는 것은 가장(家長)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부부가 함께 해로(偕老)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무엇보다도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노년 빈곤(貧困)이다. 자식들 공부시켜 결혼까지 시켰지만 정작 본인 삶이 궁색하다면 이처럼 딱한 일은 없다. 젊어서 고생과 가난은 인생의 자양분이지만, 노년의 빈곤은 노추(老醜) 그 자체이다.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질수록 수중에 돈이 있어야 함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 못지 않은 고난의 길을 걸어 온 작금의 대다수 시니어들에게 이 글이 주는 시사(示唆)가 자못 적지 않을 것이다.
'인생 3대 악재'라는 글은 결국 초년보다 노후가 유복(裕福)해야 한다는 뜻이다. 젊어서 잘나가기 보다는 노후에 대접 받으며, 원로로서 주변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삶이라는데, 이의(異意)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필자도 그런 여생의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임진년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었으니 이제 내 나이 예순아홉이 되었다. 육순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신 두 분 부모님보다 십년 이상을 무탈하게 지냈고 이제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고희(古稀)를 바라보게 되었으니 정말 홍복(洪福)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홉(九)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주술(呪術) 같은 것이 있다. 모두가 상서롭다고 생각하는 금년은 내게는 아홉 수(數)가 들은 해이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기도 하다.
어느 해보다 몸과 마음을 더욱 조신(操身)하면서, 각자 바라는 소원은 다르겠지만, 우리 가족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웃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임진년 한 해가 되길 갈구(渴求)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