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기와의 문학산 산행
삼호현/삼해주현/사모지 고개에 얽힌 이야기
두달에 한 번씩 만남을 갖는 고교동창 모임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야송회(野松會)모임입니다. 문학산 자락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사는 회원 J로부터 문학산이나 함께 걷자는 제의가 있었습니다. 11월 1일(화) 아침10시, 퇴임 후 3년여 가사상담활동을 하던 학익동 인천지방법원 인근에서 야송회 회원 셋이 만났습니다. 문학산은 매년 한 두번 다년 간 산입니다. 하지만 학익동 백학초교쪽에서 걸어보기는 처음입니다. 겨울 초입의 등산로 입구 모습은 흡사 백두대간의 심심계곡을 걷는 것처럼 고즈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주민들의 건강 단련을 위한 스포츠 시설들이 적재적소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거니 뒤서거거니 걷다보니 문학산과 연경산 경계인 고개에 당도했습니다. 이 고갯길은 지난날 인천 읍내쪽에서 송도해안으로 나올 때 이용하던 고개인데 지금으로 보면 문학동에서 청학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입니다. 많은 전설이 전해져 오는 이 길을 언젠가는 꼭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길입니다.
이 고갯길은 이름만도 삼호현, 삼해주현, 사모현 등이 있습니다. 더불어 발음에 따라 사모지 또는 사모재 고개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고개에 삼호현 전설이 깃든 것은 백제시대 뱃길로 중국을 오가던 사신들이 지금의 옥련동 능허대 공원 부근 한나루에서 배를 타기 위해 넘었던 데에서 연유합니다. 당시 중국을 오가던 사신들은 지금 남동구 만수동의 '이별을 하는 고개' 라는 뜻의 별리현을 거쳐 다시 이곳 삼호현을 넘고 한나루에 도착했습니다. 이 때 그들을 배웅하러 따라온 가족들은 그 별리현에서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부인, 부인, 부인, 부디 몸성히 잘 지내시오" "아들아, 아들아, 아들아, 잘 있어라"
마지막 삼호현 고개를 넘기 직전 사신들은 아직도 별리현에 서있는 가족들을 돌아보며 애끓는 마음으로 이렇게 세번 불렀다고 해서 삼호현(三號峴)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입니다.
삼해주현(三亥酒峴) 전설은 이렇습니다. 이 고개에 큰 바위 하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바위에는 어찌된일인지 마치 물동이처럼 생긴 구멍이 뚫려 맀엇고 그 구멍에서 정월 해(亥:돼지)일에 빚어 마시는 삼해주라는 술이 넘쳐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고개를 넘는 나그네는 누구든지 삼해주를 한 잔 받아 마시고 고개를 오르느라 흘린 땀과 함께 갈증을 풀고 는 했는데, 금기사항은 절대로 욕심을 내서 한 잔 이상 마시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술을 아주 좋아하는 사내 하나가 욕심을 부려 연거프 몇 잔을 마셨습니다. 그러자 넘치듯 흘러나오듯 하던 바위 구멍의 술이 갑자기 말라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삼해주현 전설속에는 공동 사용물에 대한 개인의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교훈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삼해주가 흘러나오던 바위는 볼 수 없어 서운했습니다만 삼호현에 얽힌 전설을 뒤늦게나마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의미있는 산행이 되었습니다. 삼호현에서 서쪽 연경산 둘레길을 걸어 최근 새로 개통된 송도역~오이도행 전철을 타고 소래포구에서 생선 매운탕으로 오찬을 하고 오후 서너시간 넘어 귀가하였습니다.
***크리스탈/김청규***
'세상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저출산·고령화 대책, `핵가족` 止揚이 정답이다 (0) | 2015.12.07 |
---|---|
[스크랩] "어머니, 정말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0) | 2015.12.03 |
[스크랩] 과유불급(過猶不及) (0) | 2015.11.30 |
[스크랩] 만추의 인천대공원에서(동영상)... (0) | 2015.11.16 |
[스크랩] 초등 동기들!! 만추의 설악산 다녀오다. (0) | 2015.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