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효는 만행의 근본' /2021. 5. 8(토)

길전 2021. 5. 9. 09:21

어제는 1년에 단 하루뿐인 어버이 날이다. 마침 토요일이라 아침 식사를 하고 늘 해오던 습관처럼  집안청소를 하였다. 나는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아내는 물걸레로 닦는다. 나이가 팔순에 가까워지니 집안 청소도 땀이 난다. 하지만 청소 후에는 느끼는 기분이 무척이나 상쾌 유쾌하다 못해 통쾌하다. 청소를 마치고는 운동 삼아 동탄시민행복텃밭을 갔다. 집에서 자전거로 20분 거리다.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는 말이 있다. 4월 말 이식한 고추, 가지, 토마토, 묘에 물을 주고 야들 야들 자란 상추와 쑥갓을 뜯었다. 그리고 귀가 길에 슈퍼에 들려 삼겹살을 샀다. 다소 늦은 점심식사 메뉴는 삼겹살 구이다. 반주로 찬이슬 서너 잔을 했더니 눈이 감긴다. 늘 하던 버릇처럼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켰다.

 

지인들이 보낸 카-톡 문자가 10개가 넘는다. 그 중 교대동기들이 소통하는 두리회 카톡 방을 먼저 열어 보았다. 늘 재미있는 문자와 신선한 영상을 올려 선망의 대상인 여자 동기가 올린 어머니가 중요합니까? 아내가 중요합니까?” 라는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어버이날 정곡을 찌른 문자다.

 

과연 나는 어머니와 아내 중 누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까?’ 지난 삶을 곰곰이 반추해보니 우선 얼굴이 달아오른다.

장수는 인간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향상과 더불어 의학 발전으로 누구나 100세를 구가하는 세태가 되었다. 안식구로 부터  '왜 이런 글을 올리느냐' 는 면박을 당하더라도 이왕 시작한 글이니 내 지난 과거사를 적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지금도 부모님 두 분이 한결같이 단명하신 가슴 아픈 상흔이 가슴에 뭉쳐있다.

 

따라서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매우 큰 불효자임이 명백하다 조그만 더 일찍 결혼을 했더라면 또 굳이 맛벌이 배우자를 택하지 않아더라면 양친께 더 효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를 지금도 한다. 하지만 한 번 엎은 물그릇을 바로 한들 흩어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지 않을가! 나는 독일 해석학의 대가 가다머(Gadamer)가 말한 최고선은 존재하지도 않고 또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경구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세상사는 너무 공평해서 하나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하나는 잃게 마련이라는 이치를 일찍 터득했다고나 할까!! 성장기에 가난이라는 굴레 때문에 한 평생을 코흘리개 아이들과 지내야 했고 그 덕에 지금은 부담없이 노후를 지내는 것이 내가 타고 난 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그리고 나이가 한살씩 보태질수록 옛 어르신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젊은 시절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치사랑은 없어도 내리사랑은 있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회상된다. 그렇다 아무리 효심이 많은 자식인들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보살피는 하늘같은 사랑을 하는 마음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큰 병 없이 팔순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모님의 홍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가슴이 더욱 저민다.

 

올 어버이날 효란 무엇인가? 그리고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다시 일깨워준 두리회 카톡의 멋진 송여사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글을 맺는다.   ***크리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