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천변에 텃밭 분양하는 곳이 있다는 선우 아범의 전화를 받고 손바닥 만 한 텃밭 가꾸기를 시작한 것이 올 3월 초다. 어느 사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고장 난 시계는 멈추었는데, 시간은 잘도 간다’ 는 가요의 글이 생각난다,
손바닥만한 텃밭을 임대했다. 봄 상추를 비롯하여 토마토 가지 고추 등을 골고루 심었지만 W는 텃밭이 너무 적어 양상추 이외는 심지 못했다. 옆에 아직 손 대지 않은 밭이 있기에 추가 임대요청을 했더니 이미 분양되었단다. ‘궁하면 통한다’ 고 했던가! 조금 떨어진 곳에 멀칭 해 놓은 텃밭 두 고랑을 더 얻었다. W는고추, 가지와 고구마를, 나는 몽탕 고구마 묘를 심었다.
답답하다 싶으면 전동 스쿠버를 타고 가서 텃밭 작물들과 인사 나눈다. ‘텃밭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는 말이 있다. 고구마는 어린 싹을 심고 웃거름 한 번 정도 주면 수확하는 구황작물이다. 고구마 줄기가 너무 성장하여 옆집 작물에 피해를 준다.
'고구마 줄기가 너무 성장하면 오히려 씨알이 크지 않는다'고 텃밭 주인은 줄기치기를 하란다. 그 바람에 고구마 줄기 물김치를 담가 시음도 했다. 드디어 지난 주말 손자들과 고구마 수확을 했다. 마침 화성시미디어센터에서 스마트 폰을 이용한 키네마스터 영상편집을 수강 중이라 ‘손자와 고구마’ 를 테마로 한 영상 제작을 결심했다.
' 나도 고구마 캐겠다' 고 먼저 나서던 선우(8세)녀석, 기어가는 작은 벌레를 보더니만 기절초풍이다. 사내녀석이 너무 심약하다고 호통를 쳤다. 스마트 폰에 사진 담기는 포기하고 아내와 외손녀 고구마 캐는 일에 동참했다. 올해는 고구마 농사 흉년이란다. 그럼에도 10m 약간 넘는 고랑에서 20리터 쌀자루 두 개 분량의 고구마를 수확했다. 나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고구마보다 감자를 좋아하지만 땀흘리며 손수 농사지은 작물이어서 그런지 안식구가 찐 고구마가 입에 맞아 요즘 점심에 간식으로 때운다. 건강 유지된다면 내년에도 계속 텃밭 가꾸기 하리라 생각하면서 글을 맺는다. (끝)
+철부지 시니어 힐링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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