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능동마을 음식점에서 본 '有志竟成'의 의미를 새기며...

길전 2022. 9. 29. 23:06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브이로그 영상 기법을 배우기 위해 지난 주 수요일부터 제1동탄 신도시 반석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화성시미디어센타' 에 간다. 수강생은 모두 8명인데 그 중 6명은 30· 40대 주부이고  2명은 남자다. 물론 내가 최 연장자이다.

 

두번째 강의가 시작된 지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병점 느치미아파트에 거주하는 Y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강중이라 받지 않을까 하다가, 혹여 급한 용무로 전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수강실을 나와 다시 통화했다. ‘내일 , 시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지금 수강 중이라고 하니 미안하다면서 다시 전화 하겠단다.  아마도  텃밭에 다녀온 지, 여러 날 되니 가을김장 작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10Y을 태우고 오산천변 텃밭으로 갔다.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 는 옛날 어르신들 말씀이 있다. 가을 작물인 무, 배추는 식재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식 시기가 약간 늦은 탓일까?  옆집배추에 비해 성장이 조금 뒤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난 주에도 두 번이나 혼자 와서 웃거름과 물을 흠뻑 주었다. 그런 탓에  Y는 나를 보면 더욱 미안해 한다. 오늘은 쪽파들이 누렇게 보이는 것이 어쩐지 거름끼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호미로 골을 내고 Y는 거름을 주고 다시 덮었다. 비료가 남아서 총각무(알타리)에도 거름을 줬다, 그리고 ·배추 심은 밭에는 호미로 양쪽 고랑을 막고 양동이로 인근 농수로에서 물을 퍼다가 흠뻑 주었다. 이 같은 텃밭 관리는 장소를 옮겨  Y 텃밭 심은 배추에도 똑같이 하였다. 농사일은 혼자 보다는 둘이 함께 하며, 시너지 효과로 힘도 덜 들고 또 일찍 끝낼 수 있다.

 

일을 마치니 어느 새, 정오다. Y는 자기가 점심을 사겠다며 자기 집 근처로 가잔다. 그동안 수술과 후속 치료로 병원에 자주 들낙거리다  보니 술도 마시지 못했는데, 오늘은 시험 삼아 한 잔 하고 싶단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술 생각이 난다.  술을 마시게 되면 자동차 운전이 문제다.  '그러지 말고 우리 집 근처에 맛있는 점심  특선 메뉴에 농주를 어람든지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집이 있으니 그리로 가자' 고 역 제안을 했다. '오늘은 내가 점심을 꼭 사고 싶었는데' 하면서 Y는 몹시 아쉬워 한다.

 

실은 이 집에 경기두리회 회원들을 불러  이주 기념 한턱을 내고 싶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이다.  이 집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새로 시작한 게이틀 볼때문이다. 이 때 맛본 농주 맛이  그야말로 '기똥차다' 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우리 두 사람은 능동 마을  우리 아꾸찜에서 코다리 점심특선 메뉴(1인당 1만원)을 안주 삼아 시원한 농주 서너 잔을 연거퍼 마시니 식사는 수저를 대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데 갑자기 Y가 내 등 뒤에  있는 족자를 가리킨다  有志竟成 네 글자 중 세 번째, 글자 '竟' 가 생소하다. 스마트폰 포켓한자사전 앱을 검색해보니 마침내 ()' 이다. 직역하면  '하고자 하는 마음만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 는 의미 다. 얼마나 멋진 사자성어인가! 이밖에도 그 옆에는 또 하나의  길쭉한 족자가 걸려있다. 

 

Y는 학창시절부터 서예쓰기를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은퇴 후에도 병점과 동탄 내 초등학교 새싹들에게 붓글씨 지도를 통해 꿈을 심어주는 활동을 해 온 이른바 액티브(Active) 시니어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생무지 동탄에 와서 논어 16 季氏(계씨) 4장에 적힌 益者三友(익자삼우) 같은 Y와 교분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 든든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 감는 그 날까지 우리 두 사람 우의가 변치 않기를 갈구하면서 글을 맺는다. 친구 Y야 고마워!!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