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은 장모님이 세상을 하직한 날이다. 40여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아내의 장점을 하나 꼽으라면 친정 부모에 대한 효심 그리고 형제들에 대한 우애가 각별하다.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두 분 이 연세가 들어 건강이 좋지 않자 아내는 집 가까이 모셨다. 더욱이 장모님은 세상 떠나기 전 날까지 한 집에서 지내셨다. 사후, 두 분을 모신 납골당이 승용차로 지금 살고 있는 동탄에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화성시 향남읍 근처 ‘효원가족공원’ 이다.
'효원가족공원’ 에 도착하니 연휴가 끝나는 날임에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서울특별시로부터 우수 봉안처로 인정받아 종로구를 비롯한 7개 자치구로부터 추모의 집으로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립시설 가격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봉안실 영구 안치 사용료가 민간사가 운영하는 시설보다 한결 저렴하다.
봉안당 안에 들어서니 “효원은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그리운 분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지키고 기억하겠습니다.” 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두 분 영전에 인사드리고 나오다 보니 출입문 안쪽에 ‘죽음’에 관한 꿈직한 글자판이 눈에 띈다. 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부정한다.
자신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타인의 문제일 뿐 결코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문제인 것처럼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100% 확실한 우리의 미래다.
죽음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인간은 진정으로 행복하기 어렵다.
-죽음에 대한 두 가지 태도-
죽음에 외면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죽음과 대면하며 정면으로
돌파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죽음은 생각해봤자. 마음만 암울해지고
뾰족한 해답도 없는 주제이므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지금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만으로도
마음이 복잡한데 먼 미래의 문제인 죽음까지
생각할 겨를이 어디냐며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죽음이라는 실존적 상황을 깊이 통찰함으로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충만하게 살 수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 의 명구가 있듯이
죽음에 대한 사색은 삶에 깊이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진정한 행복의
핵심적요소인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준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죽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기억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좀더 분명하게 보일 수 있다.
기원전 소크라테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을 가르켜 만물의 영장’ 이라고 했다.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 보면 여우보다도 더 간사스런 동물이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타인은 고사하고 나만 해도 그렇다. 사실 나는 80 까지만 무탈하게 살기를 바랬다. 그런데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팔십(傘壽)이 된다. 유엔이 정한 새 생애주기에 의하면 비로소 노년(80~99세)이 되는 셈이다. 솔직히 말해 더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마 이런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나이가 비슷한 학교동기 또는 지인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무튼 효원가족공원을 방문한 오늘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하루가 아니였나 생각된다. (끝)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2. 9,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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