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시절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동료 모임에 참석했던 안식구가 오후 서너 시가 되어 귀가하면서 발신지가 ‘화성시 동탄경찰서’로 적혀 있는 우편물을 준다. 교통신호 위반으로 13만 원짜리 범칙금을 전자 이체한 지 이틀밖에 안되는데, 또 교통위반 범칙금 통지서를 받고 보니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안식구 보기도 면목이 없다. 범칙금 통지서에 찍힌 사진을 보니 전번 장소와 똑같은 지점 병점 느치미 마을 골목길이다.
그 곳 인근에는 텃밭 가꾸기를 같이 하는 학교 친구 W가 산다. 평생 자가용 차 없이 한 우물을 판 입이 무거운 친구이다. 얼마 전에 전립성 암 수술을 하여 나는 그의 텃밭까지 관리하느라 적지 않은 품을 팔아야 했다. 요즘은 몸이 많이 좋아져서 다시 텃밭구경도 한다. 8월 중에 들어있는 處暑(처서)는 여름작물 가꾸기를 인단락 짓고 겨울 김장용 배추와 무를 파종하는 때이다.
텃밭에 가는 날이면 친구 W가 사는 느치미 마을까지 차로 데려오고 데려다 주곤 한다. 그 때마다 W는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친구간에 이 정도가 무슨 대수냐고 받아넘긴다.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느치미 마을 초등학교 앞에 신호등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교통 위반 차량 단속을 위한 탐지 설비가 새로 설치되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여름방학 때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습관적으로 운전했던 나의 잘못이다.
‘나이 먹을수록 방심은 금물’ 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된 것은 난생 처음 13만원 짜리 범칙금통보서를 받고나면서부터이다. 늦장마 비가 나리는 어제 아침 안식구를 나루마을에 내려놓고 통탄기흥대로변 왕산 뜰 지하도 인근에 위치한 동탄경찰서 교통민원실을 찾았다. 교통위반 통보서 날자가 미미한데다 적발장소도 같기 때문에 혹여 이중으로 잘못 통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민원담당자는 컴퓨터로 확인해 보더니 ‘신호위반 2회가 맞다’ 고 한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어차피 내야 할 범칙금, 카드 결재를 했다. 지난 날 언젠가 뜬금없는 접촉사고로 자비들여 차를 고친 생각을 반추하면서 위안으로 삼았다. 이 와중에 ‘운전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이미 운전 면허증을 반납한 주변 친구들도 꽤 있다. 지금 같아서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지난 해 가을 예상치 못한 뇌경색 질환으로 한쪽 다리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재활치료로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늘 불안하다. 사실 근거리는 걷는 것보다는 차를 운전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내년에는 운전면허증도 다시 갱신해야 한다. 80을 바라보는 고령자가 운전 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①치매검사(정상) ②고령운전자(의무)교육 이수 ③신체검사서 등이 필요하다고 민원 담당자는 안내한다.
일찍이 독일의 대문호이자 철학자인 괴테는 노년을 4가지(건강, 일, 사랑, 꿈)를 상실한 세대라고 했다. 그러나 ‘꿈을 잃지 않는 한 더 이상 늙지 않는다’ 고 말하기도 하였다. 나는 언제까지 꿈을 잃지 않고 액티브(Active) 시니어로 살아갈 수 있을 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접는다.(끝)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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