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처음 맛 본 ‘고구마 줄기 물김치’ 이야기 /2022. 7.22(금)

길전 2022. 7. 22. 08:12

세계 4대 시성이라 부르는 독일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파우스트라는 역작을 통해 많은 어록과 명언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인간이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이라면서 가장 큰 적은 외로움소외감이라 했다. 어쩌면 인류 중세기에 노년의 삶을 이리도 적절히 표현했는지 그저 놀랄 뿐이다.

 

지닌 것이라고 오로지 철철 넘치는 시간뿐이라 괴테가 말한 외로움과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 하겠는데 마땅한 소일거리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장고 끝에 시작한 것이 글쓰기텃밭 가꾸기이다.

 

동탄 오산천변 인근에 위치한 작은 텃밭을 임대했다. 이웃에 사는 친구(학교동기)에게 말했더니 조금 떼어 달라고 한다. 손바닥만 한 크기(3m×3m)를 둘로 나누니 쌈 채소 말고는 심어 볼 작물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 비닐로 멸칭한 두 고량을 추가로 임대했다.

 

나는 고구마를 심고 친구는 고추, 가지, 그리고 남은 자락에 내가 심고 남은 고구마를 심었다. 긴 봄 가뭄 끝에 장마가 시작되어 물맛을 본 고구마 줄기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더니 결국은 이웃 집 작물에 피해를 준다. 하루는 땅 주인이 보낸 카-톡 문자가 떴다. ‘고구마 잎이 너무 무성하면 밑()이 들지 않으니, 잎줄기를 뜯어다 물김치를 담그면 맛이 그만이다라는 문자다.

 

우리 내외는 고구마 물김치라는 반찬 이름도 생전 처음 듣거니와 더군다나 아내는 담가 본 사실도 없다. 하지만 어쩌랴, 이웃집 농작물에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지난 주 토요일, 1동탄 메탈폴리스 건물 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20세기 팝 음악의 천재 앨비스 프레스리(Elvis Presley) 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감상하고 곧바로 텃밭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고구마 넝쿨을 낫으로 쳐내고 아내는 고구마 줄기를 한 박스 가량 땄다.

 

 

저녁 식사 후, Tv를 시청하면서 우리 내외는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겼다. 손끝에 푸른색 계통의 물이 든다. 안식구는 힘들어 벗긴 고구마 줄기를 몽땅 뜨거운 물에 삶는 바람에 고구마 물김치에 대한 환상이 날아가 버렸다. 하는 수 없이 다음 날 나는 고구마 줄기를 또 따다가 벗겼다. 그리고 붉게 물든 생 고추와 양념 몇 가지를 챙겨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게이트볼 회원인 이 여사(82세)에게 고구마 물김치를 부탁했다. 부탁한지 1시간도 안 돼 전화가 왔다. 생 것이니 냉장고에 바로 넣지 말고 하루 정도 익힌 다음에 시식하란다.

 

 

본래 다정한 친구가 따로 있나?  서로 배려하고 마음이 통해서 정이 오고가다 보면 오누이 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일석이조  '꿩 먹고, 꿩먹는'  이야기가 아닐까오늘 초딩 동기들 초복 달음질 하고 와서 고구마 줄기 한 박스 따서 이여사님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접는다.(끝)

                                                                                        ***화성시민명예기자, 크리스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