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 는 뜻으로 바쁘고 어려운 중에도 꿋꿋이 공부함을 이르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6.25 전쟁 당시 개성(송도)에서 인천으로 피난 온 S고등학교 2부 즉 야간반에 다녔다.
북에서 월남했거나 아니면 가정형편 상 주간에서 공부할 수 없는, 두 살에서 많게는 너덧 살 씩, 차이가 나는 이질적인 친구들이 3년 동안 똑같은 교실과 담임선생 밑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한 동창들도 여러 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3선 경력의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중·소기업 대표, 군·경과 교직에서 근무한 친구들도 꽤 된다.
뜬금없는 코로나로 3년 여 모임을 갖지 못하다가 올 초부터 모임을 다시 갖는다. 하지만 경기도 화성시로 이주 한 후부터는 모임 참석이 뜸하다. 일찍이 독일의 괴테는 노년을 상실(건강· 일· 친구· 꿈)의 시기라고 정의하면서 특히 친구와 자주 접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말인 어제 아침 밥 수저 놓기 무섭게 병점역 홈에 들어오는 청량리 상행 급행 전동열차에 몸을 실었다. 급행은 시간이 단축되는 이점이 있지만 특히 러시아워에는 승객이 많아 자칫 서서 가기가 쉽다. 뇌경색 증세 후에는 등산용 스틱을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경로석에 앉았던 비슷한 연배의 승객이 자리를 내준다. ‘괜찮다’ 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자리를 비운다. 앉기는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금정역에서 자리가 생겨 함께 앉아가니 마음이 편하다.
구로역에서 환승하여 부평 역에서 도착하니 약속 1시간 전이다. 외국 신문에 소개 될 정도로 소문이 나서 유명해진 부평 지하상가를 걸어 부광교회 앞 음식점 에 도착하니 ‘쭈꾸미 예술’에서 ‘콩 뜨는 집’으로 간판이 바꿔 있다. 일찍 온 동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건강은 칠십대 초·중반이 절정이라 한다. 나머지는 온갖 질환 속에서 고통받으며 지내다가 죽는다고 한다. '세상에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동기들이 적지 않다. 오늘 참석한 동창들도 한 가지 이상 질환으로 병원에 자주 다닌다. 본인이 건강하면 배우자로 말미암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나마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철판 쭈꾸미를 안주 삼아 원적산 둘레 길을 자주 걷었던, 그러나 지금은 덕적도 소야리에서 지내는 친구와 맑은 술 여러 잔을 주고 받았다.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데, 음식점 홀 책임을 맡은 지배인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탄에서 멀지 않은 화산동이 자기 집이라며 반가워한다. 알고 보면 세상 사람들 ‘이웃’ 아닌 사람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하루도 고교 동창들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 갖을 수 있어 감사의 글 적는다.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3. 6. 1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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