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思

지금, 내 나이가 좋더라!

길전 2023. 7. 2. 21:44

 

세월 참 빠르다.   '거북이가 산란하기 위해 기어오르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인 명칭, 구봉산 능선에서 금년 첫날 아침 구름사이로 뜨는 해를 쳐다 본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 틈에 일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후반기 7월로 접어들었다 · 호남 여름 장맛비 소식과 더불어 전국에 내린 폭염경보 그리고 동·서해안 해수욕장 개장 뉴스를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무더위에 잠자리는 설쳤지만, 잠이 준 탓일까!  동창이 밝아오자 눈이 자연히 떠진다. 나이 들수록  '움직어야 한다' 는 뿌리 깊은 생각에 화장실에 들러 반바지 차림에 등산용 스틱을 양손에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건립을 위해 조성 해놓은 단지를 한 바퀴 돌고 구봉산 정상을 향해 걷는다. 구봉산은 높은 곳이 고작 100m 라 산이라기 보다는 구릉이라고 부르는 것이 제격이다.

 구봉산자락에는 구봉초등학교 앞 근린공원에서 동탄신도시내 센트럴 파크까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유아 숲 체함 학습장 두 곳을 비롯하여  약수터, 화성을 소개하는 전통공원, 코끼리 공원도 눈에 띈다. 이밖에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맨발 걷기' 코스도 있다. 요즘은  아침 걷기는 양말을 신지않고 나와 이 곳에 오면 오면 아예 신발을 벗고 걷는다. 왕복 댓 바퀴를 걷고는 인근 약수터에서 발을 씻고 귀가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도  완벽한 인생사는 없다. '하나 얻드면 반드시 하나는 잃고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뇌경색 초기 증상 후, 계속 약을 복용하다 보니 소싯적 모르던 변비로  근자 곤혹을 치룬다.  화장실을 몇차례 들랑거리다가 결국은 변을 보지 못하고 아내를 승용차에 태워 용화사찰에 내려 주고 텃밭으로 달려갔다. 움직이면 좀 나아지려나  하는 생각에 지난 번 캐다가 남은 감자 그리고 완두콩 꼬투리를 땄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있어 땡볕은 막아주지만 역시 장마철이라 등줄기에 땀이 밴다. 귀가하여 사워를 하고 침대에 벌렁 누워 스마트 폰 카톡방을 열었다.  때마침 아파트 같은 동 윗층에 사시는 경로당 회원의 섹스 폰  성인가요가  흘러나온다.  본래 음악하고는 거리가 먼 존재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노랫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꽂힌다.

 

내 나이 황혼이 오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인생의 참 맛을 다 보고 살아 온

지금 내 나이가 좋더라, 살기 바빠 가는 세월

모르고 살아왔는데, 내 나이 언제 벌써 여기까지

 

 나이를 먹으면서 불편한 증세가 몸에 하나씩 생기지만 세상만사 눈치 보지 않으며 내 뜻대로 자유롭게 생활하는 지금이 오히려 심간이 편하다.  '노년의 행복은 누가 거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찾는 것' 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내가 이제서야 제대로 나이를 먹어 철이 나는 모양이다. (끝)

+크리스탈 힐링 일기/ 2023. 7. 2()

 

꿈을 꾼다_서영은_김과장 (KBS2 수목드라마) OST - Part.6.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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