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 보금자리였던 부평을 떠나 생무지 경기도 화성 시에 이주하니 소외감에 정말 외로웠다. 안식구는 아침상을 차려놓고 종일 딸네 집에 가서 생활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고나면 달라지고 있는 동탄 신도시의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는 것이 하루 소일거리가 되었다.
소싯적 일선교육현장에서 코흘리개 아이들을 가르쳐 본 학교동기들은 다 알겠지만 우리나라 사회과 교과서는 同心圓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로부터 시작하여 ‘우리 집’ ‘우리 마을과 고장’ ‘ 우리 시·도’ 그리고 ‘우리나라’ 와 ‘세계 여러 나라’ 로 확대된다.
가까운 곳은 운동 삼아 걷고, 조금 먼 곳은 자전거 아니면 전동 스쿠터를 타고 거리가 좀 멀다 싶으면 20년이 지나 이제 고물이 다된 EF 소나타를 이용한다. 하긴 이들 탐방자료를 정리해서 세 번째 비매품 책자 《길이 열리는 화성에서 오늘을 담다》 라는 '팔순 기념 문집' 을 펴내 내 삶의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그런데 지역 탐방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하기에는 여러 여건이 마땅치 않은 점이 있다. 역사 자료나 명승지가 많다는 화성시 라고 해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받혀주지 않는다. 안식구나 두 아이들은 '아빠 잡 글 그만 쓰라' 고 난리다. 아무튼 의기소침해 있을 때였다. 수원검찰청에서 가사 조정위원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G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첫마디가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 라는 질문이다. 우선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다” 라고 답을 했다. “검찰청 찾아오면 저녁 식사 사 주겠단다” G가 알려준 대중교통편을 이용하여 찾아 간 것이 화성시 동탄 이주 후, 처음이다. 결국 이 만남이 동기가 되어 매월 한차례 만나는 '3규 1종“ 모임이 생겼다. 요사스럽게도 회원 4명중 3명 이름에 ‘규’ 자가 들어있다
어제(1월 12일)는 나와 가장 근거리인 느치미 마을에 거주하는 W가 주선하는 세류 역 인근 ‘송할머니 옷 닭’ 집에서의 〈3규1종〉과 용인지역에 거주하는 두 동기가 합석하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가 소중하다’ 는 카-톡 문자를 자주 받는다. 아무래도 노후에 답답한 속내를 풀 수 있는 대상은 ‘친구' 말고는 없는가 보다. 언젠가 구독하는 J신문 오피니언 글을 통해 2가지 교훈을 얻은 적이 있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 사회적 지위나 갖은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첫째, 어려움은 진짜 친구가 누군지 밝혀 줄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내가 잘 나갈 때 나를 잘 대해주는 친구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은혜를 기억하라’ 는 것이다. 당신이 받은 것이 있으면 적극 감사를 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억나는 분들이 있다면 쑥스러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감사하라’ 고 쓴 구절이다.
어제 모임에 참석한 〈3규1종〉회원들은 식사를 끝내고 G 한 사람을 빼고 가까운 커피숍에서 인천 숭의동 모교 교정에서 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반추하는 시간을 갖었다. 아무래도 대화의 중심인물은 至難한 과정을 거쳐 종합大 부총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한 林교수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가 내가 쓰는 「노년의 힐링 일기」 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는 사실에 놀람과 더불어 진한 우정을 느꼈다.
어제 정말 반갑고 귀한 〈3규1종〉 모임이 되었다. 단순히 음식만 먹고 흩어지는 모임이 아니라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 해 甲辰년을 맞아 더욱 알찬 결실의 〈3규1종〉모임이 될 것을 渴求하면서 글을 접는다. 다음 〈3규1종〉 모임은 舊正관계로 2월 24일 오후 12시 한일아파트 인근 G대감 단골집이다. (끝)
***크리스탈 힐링 일기/2024. 1.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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