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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때일수록 국민들은 걸출한 지도자가 혜성처럼 나타나 시름과 걱정을 일거에 해소해주길 바란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 나라 지도급 인사들은 염불엔 마음이 없고 오로지 잿밥에만 정신이 팔려 이전투구만 하고 있으니 짜증이 난다.
며칠 전 신문에는 꼬박 35년간을 초등교사로 근무한 서울 모 초등학교의 여교사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사례를 소설 형식으로 엮은 '초등 6학년 교실현장 보고서'라는 폭로 기사가 실렸다.
기사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다.
교사가 야단친다고 학생이 욕설을 퍼붓질 않나, 공부 시간에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을러대질 않나, 담임 교사가 맘에 들질 않는다고 교장실에 떼로 몰려가지 않나.
얼마나 황당하고 참을 수 없었으면 '누워서 침 뱉기' 식으로 세상에 까발렸을까 생각하니 측은지심이 솟는다.
물론 이 기사를 처음 접하는 대다수 독자들은 '초등학교 교실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라고 우려를 표하거나 아니면 '선생이 오죽 못났으면…' 하는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질 것같다.
그러나 40여 성상을 초등교육에 봉직한 필자는 '터질 것이 이제야 터졌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강원도와 접경인 오지 학교에서 새내기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할아버지 한 분이 몸소 학교에 찾아오셔서 "하나밖에 없는 친손자, 부디 사람 만들어 달라"시며 회초리를 놓고 가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교장으로 '썩어도 준치'라고 불리던 부평 시내의 학년부장 보직이 없는 학교에서, 신학년도 학년 학급 배정 인사 작업 시 6학년 담임을 희망하는 선생님이 하나도 없어 학년·학급 담임 발표를 서너 시간이나 하지 못하고 선생님들을 설득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학교 현장에서의 심각한 교권 추락 실상은 어찌 보면 우리 선생님들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 땅에 민주화 열기가 고조되면서 옛 것은 무조건 고리타분하고 그래서 퇴출돼야 하고 새것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근시안적이며 천민적인 사고가 팽배하면서 더욱이 평등 이념 성향의 지지 속에 탄생한 정부의 권세를 업은 세력들이 당연히 실행하고 지켜야 할 의무 사안에서 조차 '민주적으로 하자'는 볼멘소리를 크게 내면서 우리 사회는 이른바 '어른'의 당당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배움의 전당 학교에서 젊은 교사나 학생들에게 상담 역이 되어야 할 관리직이나 원로 교사들이 우대 받고 존중 받기는커녕 오히려 교육 현장에서 퇴출돼야 할 대상으로 떠올랐고 실제로 상처를 받은 많은 교육자들이 일거에 학교를 떠났다.
한 미숙한 인간을 바람직한 성숙한 인간으로 육성하는 학습 원리나 교수 기법은 해변의 모래알 만큼이나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학설이나 이론보다는 교육 행위자가 행동으로 수범을 보이는 가르침보다 더 효과적인 학습 원리나 수업 기법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칙이자, 솔직한 표현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부모 또는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투영되고 은연 중에 행동화 된다는 사실은 교육의 진실이고 명언이다.
/김청규 인교연 혁신포럼 대표